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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결국 앨라배마공장 가동중단…“4월 북미판매 50% 감소할듯”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의 현대자동차 앨라배마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쏘나타와 아반떼(현지명 엘란트라)에 도어(문짝)를 붙이고 있다. 사진 현대자동차

미국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의 현대자동차 앨라배마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쏘나타와 아반떼(현지명 엘란트라)에 도어(문짝)를 붙이고 있다. 사진 현대자동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세계 자동차 업체들이 줄줄이 공장을 폐쇄하는 가운데, 현대차의 미국 앨라배마공장에서도 18일(현지시간) 확진자가 나와 공장이 멈춰섰다. 현대차 측은 미국 방역 당국과 가동 재개 시점을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대차의 체코∙터키 공장, 기아차의 슬로바키아·미국 조지아 공장은 정상 가동 중이지만 코로나19 확산 세가 워낙 가팔라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체코와 터키에 공장이 있는 일본 도요타와 슬로바키아에 공장이 있는 독일 폴크스바겐은 이미 공장 가동을 중단했거나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북미권역본부장(사장)은 17일(현지시간) 미국 오토모티브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상태라면 연간 판매가 10~20% 영향을 받을 것 같다”며 “일부 딜러는 정부 방침으로 문을 닫아 판매에 차질이 있고, 이번 주말엔 모두가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의 영향이 7~8월까지 가는 것을 최악의 시나리오로 상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무뇨스 COO는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선 “3월 미국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15~20% 감소할 것이고, 4월에 또 50%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17일(현지시간) 폴크스바겐의 독일 츠비카우 공장 야적장에 신차들이 줄지어 서 있다. 폴크스바겐은 유럽 대부분의 공장을 최소 2주간 폐쇄하기로 했다. dpa/AP=연합

17일(현지시간) 폴크스바겐의 독일 츠비카우 공장 야적장에 신차들이 줄지어 서 있다. 폴크스바겐은 유럽 대부분의 공장을 최소 2주간 폐쇄하기로 했다. dpa/AP=연합

현대차 공장 있는 체코·터키, 도요타는 공장 문닫아

앞서 폴크스바겐은 17일(현지시간) 이탈리아와 스페인 공장 폐쇄에 이어 슬로바키아∙포르투갈 등의 공장도 2~3주간 가동을 중단했다. 독일 공장도 가동 중단 준비에 들어갔다. BMW도 유럽과 남아공 공장 가동을 이번 주말부터 다음 달 19일까지 멈춘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유럽 자동차 업체들이 2~3주간을 전제로 공장 가동을 중단해 당장 국내 딜리버리 등에는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도요타도 영국∙프랑스∙체코∙터키 등 유럽과 아시아 공장을 닫기로 했다. 미국에선 제너럴모터스(GM)∙포드∙피아트크라이슬러(FCA) 등과 자동차노조연합(UAW)이 코로나19에 대응해 생산을 줄이기로 합의했다. GM은 30일부터 모든 북미 소재 공장을 닫는다. 국내에 그랜드체로키 등 지프 브랜드를 들여오는 FCA도 미국 공장을 닫을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으로 자동차, 반도체, 정유화학 등 한국 주력 수출업종의 실적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8일 오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뉴스1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으로 자동차, 반도체, 정유화학 등 한국 주력 수출업종의 실적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8일 오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뉴스1

공장 가동 중단도 타격이지만, 전 세계 자동차 수요도 줄어 자동차 업계가 총체적인 위기에 봉착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소비자들이 고가 내구재인 신차 구매를 미루고 있는 것이다. 또 올해는 유럽연합의 환경규제가 강화하면서 전기차 생산·소비가 급등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코로나19로 이 역시 물거품이 됐다.

일부 부품 업체, 하반기 부도 날 가능성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현재 국내 공장을 정상 가동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달 중국발 부품수급 차질에 따른 공백을 메우기 위해 한시적으로 주 60시간 근무를 검토하고 있다. GV80, 쏘렌토 등 인기 차종은 1년 치 주문이 거의 다 들어와 있고 팰리세이드도 소비자가 차를 받으려면 여전히 수개월을 대기해야 한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 해외 수요 감소의 영향을 받을 것이 뻔하다.

김준규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이사는 “수출 업체에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 수출 업체들이 무너지면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고 세계 수요가 회복됐을 때 대응을 못 한다”며 “우리가 준비하지 못하고 있으면 중국이 시장을 다 차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자동차 업계가 이번 사태를 감당할 수 있을지 예측하기가 참 어려운 상황”이라며 “현대차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1조2000억원에서 8400억원으로 30% 줄였는데 더 떨어지는 상황도 염두에 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현금 흐름이 좋지 않은 자동차 부품사는 이 상태가 몇 달 이어지면 하반기에는 부도나는 곳들이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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