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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노·사·정 ‘코로나 합의’ 사회적 상생으로 이어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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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수그러들 것 같았던 코로나19가 다시 늘어나 걱정하는 국민이 늘고 있던 지난 6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사무실에서 한국노총·한국경총 및 고용노동부 간부들이 모였다. 원래는 경사노위의 일상적 운영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였다. 그런데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코로나19에 대한 걱정이 쏟아졌다. “이럴 때 우리 노·사·정이 뭔가 해야 하는 거 아닌가”라는 공감대가 금방 만들어졌다.

경제 충격 커 이례적 합의 도출 #구조적 변화에도 함께 대응하자

코로나19의 예방과 확산 방지도 중요하지만, 경제 충격이 너무나 심각하다고 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긴급하게 만나서 긴박한 논의를 진행했고 나름 의미 있는 ‘노·사·정 선언’을 발표했다. 노동계와 사용자 그리고 정부가 상대의 책임을 말하기에 앞서 각자가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제안했다.

이에 앞서 산업 현장에서 노사는 한발 앞서 합의를 만들어냈다. 현대자동차 노사가 지난달 25일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 협력업체 지원에 대한 특별합의를 발표했다. 금융 노사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위한 특별 금융 대책을 2월 28일 발표했다. 코레일 노사는 대구 지역에 2억을 특별 지원하기로 하고 10일 예정됐던 파업을 유보하기로 했다. 양대 노총도 특별회의를 통해 코로나19 위기 극복 방안을 논의했다.

이러한 현장의 흐름과 함께 노사정은 대규모 집회 자제, 임단협 교섭 시기 탄력적 조정, 시차출근, 재택근무, 가족 돌봄 휴가 적극 활용, 노동시간 단축, 휴직 실시, 지역 화폐 발행 및 지역경제 긴급 경영자금 지원 등에 대해 큰 틀에서 합의하고 국민 앞에 보고하게 됐다.

의제 하나하나가 쉽지 않은 것들이라 보통 때 같으면 결코 합의에 이르지 못했을 것이 분명하다. 집회 자제, 교섭 시기 조정, 재택근무 등만 보더라도 평소 같았으면 노조 활동 제약, 유연 근무 확대로 이해해온 노동계의 동의가 가능했겠나. 무엇보다 산업 현장과 경제 현실에 대한 구체적 이해와 이에 대한 책임감이 분명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래서 이번 노사정 합의는 코로나19로 힘겨운 국민께 드리는 작은 응원의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노사가 늘 티격태격 싸움만 하는 것 같지만 정말 어려울 때는 서로 상생과 협력의 정신을 발휘한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때도 노사는 머리를  맞댔다. 경제가 잘 돌아갈 때는 노사의 대립이 위험요소가 아닐 수도 있지만, 지금처럼 어려울 때는 서로 책임을 미루고 싸울 여유도 없다. 경제 자체보다 경제 주체들의 대립이 결정적 타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노사 그리고 정부는 합의 선언에만 그치지 말고 더 구체적 논의를 이어가고 한 걸음 더 나가야 한다. 바로 4차 산업혁명, 저성장에 따른 경제의 구조적 변화에 대한 대응 문제다. 한 가지 덧붙인다면 양극화 해결 문제가 있다. 이 또한 노와 사가 상대방을 탓하고 상대방에게만 요구할 일이 아니다. “내가 먼저 무엇을 할 것인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서 출발해야 한다.

지금까지 모두가 열심히 노력해서 세계에서 7번째로 ‘30-50클럽’에 들어갔다. 하지만 우리에게 닥친 새로운 과제들은 여태까지 해 왔던 대로 하다가는 하나도 제대로 해결할 수 없다. 노사 관계와 노사정 관계도 마찬가지다. 우리 경제가 구조적 전환기를 잘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노사정의 사회적 대화는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또는 ‘잘해도 되고 못 해도 되는’ 것이 아니다. 반드시 꼭 잘해야 한다.

지난해 한국노총, 한국경총과 정부가 어렵게 합의하고 우여곡절을 거쳐 경사노위의 본위원회 결의까지 거친 탄력근로제 합의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안타깝다. 코로나19를 극복할 때까지 여든 야든, 진보든 보수든 구분 없이 모두가 마음을 모으길 기대한다.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