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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란] 제로금리 시대, 시험대에 오른 비트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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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셔터스톡]

[핫크립KO]3월 16일,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입니다. 이번 주 시장의 눈은 각국 중앙은행에 쏠릴 수밖에 없습니다. 코로나19가 트리거를 당긴 글로벌 경기 침체 국면에서 중앙은행들이 구원투수로 등판했습니다. 이들은 ‘세이브’ 혹은 ‘구원승’을 올릴 수 있을까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요. ^제로금리 시대 선언한 미국 연준, ^한 발 늦은 한은, 이번엔 ‘빅컷’?, ^양적완화로 위기 극복 가능할까, ^진짜 시험대 오른 비트코인, 등에 대해 알아봅니다. 조인디는 성공 투자의 동반자가 되겠습니다.

#미 연준, 제로금리 시대 선언...7000억달러 푼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이 15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기존 1~1.25%에서 0~0.25%포인트로 1%포인트 낮췄습니다. 2015년 이후 5년 만에 제로금리 시대에 다시 들어선 겁니다. 3일 기준금리를 0.5%포인트 깜짝 인하했는데, 보름도 채 지나지 않아 1%포인트 또 낮췄습니다. 17~18일 원래대로라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리는데, 그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전격적으로 금리를 급격히 인하했습니다.

연준은 이날 성명에서 “코로나19가 미국 지역 사회를 훼손하고, 미국을 포함해 많은 나라에서의 경제적 활동에 피해를 줬다”며 “글로벌 금융 여건이 심각하게 영향을 받았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경제 지표들이 ‘미국 경제가 도전적 국면을 맞이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코로나19가 단기적으로 경제 활동을 압박하고 있으며, 경제 전망에 위협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연준은 또 7000억달러(약 852조원) 규모로 국채(5000억달러)와 주택저당증권(MBS, 2000억달러)을 사들인다고 밝혔습니다. 시장에 돈을 본격적으로 풀겠다는 겁니다. 그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준금리 인하 외에 다른 정책 수단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기억나실 지 모르겠지만, 3일 연준이 빅컷을 단행했는데도 미국 증시는 되레 3% 안팎 하락했습니다. 시장이 우니까 금리인하라는 사탕을 줬더니, 시장이란 아이는 양적완화라는 초콜릿은 안 주는 거냐고 떼를 쓰는 격이라고 봤죠. 3일 금리인하 이후 상황이 더 악화되자 연준이 제로금리 선언과 더불어 양적완화까지 시장에 안겨준 격입니다.

#한국은행, 임시 금통위 열고 ‘빅컷’?

한국은행의 입장이 참 난처해졌습니다. 2월 말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1.25%로 동결했습니다. 한은 입장에선 경기 남부를 중심으로 들썩이는 부동산 가격도 걸리고, 미국보다 높은 기준금리 수준도 신경이 쓰였을 것이며, 지금 0.25%포인트를 낮춰 1%로 한들 얼마나 경기 부양 효과가 있는지도 회의적이었을 듯 합니다.

연준이 3일 기준금리를 0.5%포인트 기습적으로 인하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이튿날 이주열 한은 총재 주제로 긴급 회의가 열렸죠. 다음 번 금통위(4월 9일)까지 너무 많이 남았습니다. 시장에서는 임시 금통위를 열고 0.25%포인트 정도 낮추지 않을까 예상했습니다. 임시 금통위 날짜도 대략 추가경정예산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19일 이후로 봤습니다. 

그런데 15일 연준이 아예 제로금리를 선언해 버렸습니다. 시장은 이르면 16일, 늦어도 17~18일에 한은이 임시 금통위를 열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인하 수준도 0.25%포인트가 아니라 0.5%포인트를 낮출 것이란 예상이 소수가 아닌 다수 의견이 됐습니다. 0.5%포인트 낮추면 기준금리가 0.75%가 됩니다. 그야말로 한은 입장에선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지금까지의 한은의 ‘신중한’ 자세를 고려하면 추가 정책 여력 확보를 위해 일단 0.25%포인트만 낮출 것이라는 전망도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참고로 한국은행법에 따르면, 의장이나 2명 이상 금통위원의 요구에 따라 임시 금통위를 열 수 있습니다. 한은이 임시 금통위를 열고 금리를 내린 건 ‘9ㆍ11 테러’ 직후인 2001년 9월(0.5%포인트 인하)과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0월(0.75%포인트 인하) 등 두 차례뿐입니다.

한은이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는 반면, 이미 제로금리를 넘어 마이너스 금리로 단련이 된 일본은행(BOJ)은 민첩하게 움직입니다. 18~19일 예정돼 있던 금융정책회의를 16일 정오로 앞당기기로 했습니다. 회의 기간도 이틀에서 하루로 단축해 이날 바로 결정 내용을 공표합니다. 일본은행이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앞당겨 여는 것은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한 2011년 3월에 이어 9년 만입니다.

빅뉴스에 묻혀서 그렇지 중국도 움직였습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PBoC)은 13일 홈페이지에 “16일 은행 지급준비율(지준율)을 인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코로나19 타격을 입은 실물경제 회복과 중소기업들을 살리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인민은행의 지준율 인하폭은 0.5~1%포인트이고, 조건에 부합하는 상업은행에 한해 지준율을 1%포인트 추가 인하합니다. 이에 따라 인민은행은 시장에 장기적으로 5500억위안(약 96조원)을 풀 계획입니다. 아울러 20일 사실상 기준금리역할을 하는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발표를 앞두고, 1년 만기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대출금리를 또 인하할 것이라는 관측이 커졌습니다. <참조 ‘코로나19 경제충격에 중국, 지준율 인하로 95조원대 유동성 공급’(연합뉴스)>

#“하늘에서 쏟아지는 돈으로 바이러스를 치료할 수는 없다”

그래서 우는 시장이 드디어 울음을 그치고 샤방샤방 미소를 보여줄까요. 아닙니다. 애초 처방이 틀렸는지 모릅니다. 포털 네이버에서 16일(한국시간) 기준
실시간 검색어 4위가 ‘미국 선물지수’ 입니다. 아마 다들 걱정 반 기대 반에 검색을 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걱정은 도대체 얼마나 사정이 안 좋으면 연준이 2008년 금융위기 때와 비슷한 수준의 처방을 내놓느냐는 겁니다. 코로나19라는 전염병에 따른 단기 이벤트인 줄 알았는데 경기 침체, 나아가 대공황 수준까지 치닫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죠. 반면, 기대는 제로금리에 양적완화까지 연준이 물량 공세를 퍼부으니 10년 넘게 이어진 자산 가격(주식) 랠리가 숨고르기를 마치고 다시 한 번 이어질 거라는 ‘희망회로’ 입니다.

시장의 본격적인 반응은 16일 밤 미국 정규 시장에 열려야 확실히 가늠할 수 있지만, 어째 조짐이 좋지 않습니다. 미국 주식 선물 시장이 문을 열자마자 하한가(-5%)로 쳐 박힙니다. ‘다우 선물 1000포인트 급락, 시장은 제로금리가 충분치 않다고 본다’(배론스)고 하네요.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섭니다. 16일 코스피 지수도 개장 직후 1.9% 상승 출발했지만 오후 1시 현재 하락 반전했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금리를 내리고 시장에 돈을 푼다고 경기 부양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 의문입니다. 금융위기와는 달리 전염병으로 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 단순하게 싼 이자로 자금을 푸는 식으로는 무너진 공급망과 움츠러든 소비자 심리를 살리긴 어렵다는 거죠. CNBC에 따르면, 피터 부크바 브리클리 투자자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연준이 돈으로 가득 채운 바주카 포를 날렸다”면서도 “하늘에서 쏟아지는 돈으로 이 바이러스를 치료할 수는 없다. 오로지 시간과 백신만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야말로 최선의 경기부양책은 방역인지 모르겠습니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최근 “코로나 19 확산사태는 성장률을 낮추고 비용과 물가는 상승시키는 네거티브 공급충격을 일으키고 있는데, 통화정책으로는 이런 상황을 해결할 수 없다”며 글로벌 증시의 30~40% 추가하락을 예측했습니다. 헤지펀드의 대부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회장 역시 “금리인하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특히 미국, 유럽, 일본에서의 통화정책은 ‘효과가 없다’(out of gas)”고 분석했습니다.

#그래서 비트코인의 운명은?

‘2009년 1월 3일 더 타임스, 은행들의 두 번째 구제금융을 앞두고 있는 영국 재무장관(The Times 03/Jan/2009 Chancellor on brink of second bailout for banks)’. 첫 번째 비트코인 블록(제네시스 블록)에 세겨진 문구입니다. 비트코인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습에 나선 중앙은행들의 무차별적 유동성 공급에 따른 화폐 가치의 급락, 그에 따른 자본가들로의 부의 이전에 대항하기 위해 나왔습니다. 정치적 결단에 따라 찍어낼 수 있는 화폐가 아니라 발행량이 시스템적으로 제한된 대안화폐로 탄생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의 시대 가치저장의 수단이 될 수 있다며, ‘디지털 금’으로 각광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금융위기 이후 10여년 만에 찾아온 위기에 비트코인이 먼저 무너졌습니다. (필자를 포함해서) 당혹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비트코인에 대한 신뢰를 접어야 할까요.

아직은 아니라고 봅니다. 지금은 2008년과 같은 월가의 탐욕이 부른 금융 부문의 위기가 아닙니다. 글로벌 공급망 붕괴에 따른 실물 경제 전반의 충격이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월가의 전문가들이 일제히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의 약발이 먹히지 않을 것으로 보는 건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레이 달리오 회장의 “코로나19 사태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경제 전반의 유동성 공급보다는 부채와 유동성 제약이 발생하는 특정 경제주체의 니즈에 맞는 조율된 맞춤형 통화, 재정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입니다.

최근 비트코인과 미국 S&P500지수와의 상관관계가 커졌다고 합니다. 지금은 주식 등과 같은 위험자산의 대체 투자수단으로 금을 찾고, ‘디지털 금’을 찾는 수준의 자산배분이 무의미해진, 경제 시스템 전체의 위기 상황입니다. 일단 위기가 진정될 때까지는 가격 하락을 감내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암호화폐 전문 미디어 라이브비트코인뉴스에 따르면, 최근 영국 암호화폐 전문 자산운용사 코인셰어스의 최고경영자인 장 마리 모네티(Jean-Marie Mognetti)가 “전 세계적인 마이너스 금리 및 양적완화 정책 기조를 살펴본다면, 향후 수개월 혹은 수년이 비트코인의 진정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우리는 지금 석유ㆍ주식ㆍ채권ㆍ귀금속ㆍ비트코인 등 모든 자산의 가격이 재구성되고 있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며 “비트코인이 복원력과 내구성을 증명할 기회는 바로 지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코로나19로 촉발된 위기가 경제 시스템 전체의 위기로까지 번지지 않는다면, 비트코인은 그 존재가치를 스스로 증명해야 합니다. 하늘에서 돈 비가 내리는 시대, 스스로 빛나는 ‘디지털 금’이 돼야 합니다.   

※필자는 현재 비트코인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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