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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땐 한국·미국 등 14개국 공매도 금지…이번엔?

중앙일보

입력

정부가 증시 방어를 위해 공매도 제한카드를 꺼냈다.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도를 한시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이다. 하지만 과열종목 지정제도만으로는 효과가 없고, 더 강력한 ‘공매도 전면금지’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공매도 거래 역대 최대

9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의 전광판. 로이터=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의 전광판. 로이터=연합뉴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코스피시장 공매도 거래대금은 8933억원, 코스닥시장은 1863억원에 달했다. 2017년 5월 통계 집계 이후로 역대 최대다.

이에 정부는 11일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을 확대하는 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한 뒤 “시장안정조치로 3개월간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요건을 완화하고 거래금지 기간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매도가 크게 늘어난 종목에 한해 일시적으로 공매도를 금지하는 조치를 취한다는 뜻이다. 달라지는 지정요건 등 세부내용은 이날 장 마감 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다.

“공매도 전면금지해야”

10일 서울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주식 및 환율을 모니터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서울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주식 및 환율을 모니터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특정 종목만이 아닌 전 종목에 전면적인 공매도 금지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계속 제기된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시장 전체에 대한 불안심리가 시장을 짓누르고 있다”며 “지정종목제도 완화가 아닌 공매도 자체를 한시적으로 금지하는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매도가 더 늘어나기 전 선제적으로 강력한 규제를 펴라는 뜻이다.

실제 우리 정부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와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때 두차례 한시적으로 공매도를 금지한 바 있다.

금융위기 때 공매도 금지조치를 편 나라는 한국만이 아니다. 2008년 9월 리만브러더스 파산 이후 미국과 영국이 9월 19일 가장 먼저 공매도 금지를 발표했다. 이어 한국뿐 아니라 호주, 벨기에, 캐나다, 덴마크, 프랑스, 아일랜드, 노르웨이, 스위스, 스페인, 그리스, 이탈리아가 공매도 금지에 나섰다(2008년 9월~2013년 말 기간 중 1차례 이상). 전 세계 주요국 30곳 중 14개 국가가 해당한다. 대부분은 금융주에 한해 공매도를 금지했지만 한국을 포함한 5개 국가(호주,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는 제조업을 포함한 비금융주도 공매도를 금지했다.

공매도 전면 금지 효과? KDI "별로"

9일 뉴욕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들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9일 뉴욕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들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과거 한국의 전면적인 공매도 금지 조치는 시장 안정에 기여했을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그렇게 보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2014년)에 따르면 2008~2009년 국내 증시에서 공매도 금지조치는 시장 변동성을 축소시키지 못했다. 공매도 금지가 시장 유동성을 확대하지도 못했다. 강력한 규제에 비해 별 효과는 없었던 셈이다.

다만 주가하락을 억제하는 효과는 일부 확인됐다. KDI 연구에 따르면 2008~2009년 1차 공매도 금지는 주가하락을 억제하진 못했지만, 2011년 유럽 재정위기로 촉발된 2차 공매도 금지는 제조업 등 비금융주 주가 하락을 억제하는 효과를 거뒀다. KDI는 보고서에서 “주가하락 억제 면에서 정책효과는 일부 달성했지만 공매도 금지가 주식의 공정가격 형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매도 전면금지는 여전히 금융당국의 컨틴전시플랜(비상계획)에 포함돼있는 카드이긴 하다. 하지만 강력한 조치여서 금융당국이 쉽게 이 카드를 쓰긴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처럼 전 세계 증시가 대폭락을 하는 상황이어야 전면 제한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은 일시적으로 부정적 여파를 줄여주기를 기대하면서 과열종목 지정제도를 취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금은 유가 급락과 코로나 미국 확산이 증시에 반영되는 상황이어서 공매도 전면제한 조치가 근원적 해결책은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주가 하락 방어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단 뜻이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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