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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서울 최대 집단감염 발생한 콜센터 건물 초비상…검사받으려 1시간 전 긴 줄

중앙일보

입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무더기 확진자가 발생한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코리아빌딩 앞에 임시 검사소가 설치되었다. 입주자들이 코로나 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 서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무더기 확진자가 발생한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코리아빌딩 앞에 임시 검사소가 설치되었다. 입주자들이 코로나 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 서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거리를 떨어뜨려 줄 서주세요.” “검사 시작하면 금방 끝납니다.”

서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최대 집단 감염이 발생한 서울시 구로구 신도림동 코리아빌딩 입구는 이른 아침부터 검사를 받기 위한 이들로 북적였다. 선별진료소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부터였지만 오전 9시가 조금 넘은 시각부터 30명 넘는 이들이 비 오는 날씨에도 줄을 섰다.

이 빌딩 사무실에서 근무하거나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사람들로 보건소 직원의 안내에 따라 선착순 1번부터 번호를 부여받았다. 해당 건물은 지하 1~6층, 지상 19층으로 이뤄졌다. 지하는 주차장, 지상 1~12층은 사무실, 13~19층은 오피스텔이다. 오피스텔에는 140세대가 거주하고 있다.

오피스텔 거주자는 관리사무소에서 명단을 보유하고 있지만 사무실 근무자들에 대한 관리는 쉽지 않아 보였다. 전날 뉴스로 코로나19 집단 감염 소식을 들었다는 김성현(44)씨는 “방역하러 오길래 관리사무소에 물어보니 건물에서 나가라고 했다”며 “당황했지만 그래도 다른 엘리베이터를 사용하는 층에 근무해 다행”이라고 말했다.

건물에는 다섯 개의 엘리베이터가 있다. 저층 웨딩홀만 사용하는 엘리베이터 하나와 홀수‧짝수 층을 운행하는 엘리베이터 각 두 개씩이다. 다만 지하 1층~6층은 모두 운행했다. 확진자가 나온 콜센터는 11층을 모두 사용했다.

구로구는 9일 저녁 빌딩 전체에 방역 소독 작업을 마치고, 사무실 공간에 대한 전면 폐쇄 명령을 내렸다. 근무자들은 이곳에서 검사를 받고 집으로 돌아가 자택 근무할 예정이다.

해당 건물에 선거 캠프를 둔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후보는 이날 “확진자가 발생한 사무실인 11층과 저희 선거 사무실 6층은 탑승 엘리베이터가 분리돼 밀접 접촉자는 아니라고 한다”며 “다만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자가격리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무더기 확진자가 발생한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코리아빌딩 앞에 임시 검사소가 10일 설치됐다. 입주자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무더기 확진자가 발생한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코리아빌딩 앞에 임시 검사소가 10일 설치됐다. 입주자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선별진료소는 예정보다 약간 이른 9시 46분부터 운영됐다. 순서대로 한 명씩 텐트로 들어와 소독 후 체온을 체크하고 이름과 주소, 확진자 접촉 여부 등의 사항을 기재했다. 이후 한쪽에 놓인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입과 코에서 검체를 채취했다.

오전 10시가 넘자 대기자들은 빠르게 늘었다. 건물 외부의 선별진료소를 빙 둘러싸고도 모자라 1층 로비까지 줄이 늘어섰다. 보건소 관계자는 “오전에 검사를 하면 오후에는 결과를 주겠다”며 우왕좌왕하는 시민들을 다독였다.

건물 관리사무소도 비상이었다. 관리사무소는 전날 오후 8~9시쯤 오피스텔 거주자에게 전체 문자를 돌려 출입 자제를 권고했다. 관리실 관계자는 “외부에 있다고 하면 웬만하면 들어오지 말라고 하고,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부터 받으라고 안내했다”며 “퇴근도 못 하고 이곳에서 밤을 새웠다”고 말했다.

한 관리실 직원은 선별진료소에서 자가 격리 대상자로 분류됐다. 이 직원은 “14일 동안 독립된 공간에 있으라는데 이렇게 바쁜 와중에 가능할지 걱정”이라고 전했다.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코리아빌딩 11층에 있는 콜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집단 발생했다.이날 오전 빌딩 입구에 건물 폐쇄 공고문이 부착되어 있다. [연합뉴스]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코리아빌딩 11층에 있는 콜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집단 발생했다.이날 오전 빌딩 입구에 건물 폐쇄 공고문이 부착되어 있다. [연합뉴스]

집단감염이 발생한 콜센터는 메타넷엠플랫폼이라는 업체로 에이스손해보험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처음 이 콜센터 직원 56세 여성이 8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확진자가 급속히 늘고 있다. 이틀 만에 콜센터 직원과 가족 등 최소 41여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곳에 근무하는 직원 207명 중 100명 넘는 직원이 아직 검사를 받지 않았다. 여기에 거주지도 서울과 인천, 경기도로 다양해 확진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 웨딩홀 등 사람이 많이 다니는 빌딩 특성상 해당 콜센터가 수도권 ‘슈퍼 감염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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