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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tlook] “이익단체에 영합한 국회가 시민 이용후생 빼앗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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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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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여객법) 개정안이 국회 법사위를 통과해 본회의 통과만을 남겨두고 있다. 본회의를 통과하면 자동차대여사업(렌털) 기반으로 대리기사를 알선해 주는 사업 모델인 타다는 사실상 영업이 금지된다. 불과 2주 전 사법부가 여객법 위반으로 기소된 타다에 대해 무죄판결을 내리며 ‘타다는 적법한 사업 모델’이라는 점을 확인해 줬는데도, 입법부가 이를 불법으로 다시 뒤집은 것이다.

법원 2주전 ‘타다 무죄’ 판결에도 #법사위, 타다금지법안 통과시켜 #총선 앞두고 25만 택시업계표 의식 #규제로 스타트업 혁신 주저앉히고 #170만 타다 가입자 피해자 만든 셈 #정부, 자율·경쟁 통해 신산업 키워야

1만2000명 타다 기사 일자리 잃을 판

이재웅 쏘카 대표가 지난 3일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타다 금지법)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이재웅 쏘카 대표가 지난 3일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타다 금지법)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부적절한 처사다. 편리하게 타다 서비스를 이용해 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입법이기 때문이다. 그간 택시 이용에 크고 작은 불편을 겪었던 사용자들은 타다 서비스에 만족했다. 하지만 개정안 통과로 170만 명의 타다 가입자는 피해자가 된 셈이다. 1만2000명에 달하는 타다 기사들도 일자리를 잃게 됐다.

이번 국회의 강행 처리는 4월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여야 할 것 없이 타다에 반대하는 25만여 택시업계 종사자의 표(票)를 의식한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개정안은 앞서 국토교통위 법안소위와 상임위를 만장일치로 통과했다. 이견을 예상했던 법사위에서도 반대 의견은 이철희·채이배 위원 단 2명에 그쳤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타다 무죄판결 이후에도 타다 금지법 강행 의지를 밝히면서 국회의원들을 설득했다. 국민 3분의 2 이상이 타다 서비스를 지지한다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국회·정부는 전혀 다른 판단을 한 것이다. 이익단체에 영합해 시민들의 이용후생을 빼앗은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이유다.

타다 금지법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암울하다. 우리 사회에서 혁신 서비스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서다. 머지않은 미래의 택시는 자율주행차를 불러 타는 식의 차량 렌털이 될 것이다. 지금의 제도나 규제의 틀로 설명하기 힘들다. 차량 렌털과 대리기사 알선을 결합한 타다는 미래 운수모델의 예고판이다. 이용 데이터를 하나도 쌓지 않는 아날로그 산업인 택시사업과 달리, 타다는 데이터 기술기업이기도 하다. 승객들의 이용 데이터를 토대로 정확한 승차 수요를 예측해 운수산업의 과잉공급을 줄일 지혜를 뽑아내 줄 미래기업인 것이다.

그러나 지금대로라면 미래의 운수산업은 정부가 판을 짜고 기업은 정부가 짜준 대로만 움직이는 수동적인 객체가 될 뿐이다. 미래 운수산업의 주도권을 해외 기업에 송두리째 내줄 수 있다.

또 스타트업이 주도하는 혁신이 이익단체와 입법부의 반대로 주저앉는 나쁜 선례도 남겼다. 사실 스타트업이 우려하는 것은 사업 불확실성이다. 새 사업 모델을 짜도 예상치 못한 법적 장애물로 불법화하는 경우가 이어진다면 혁신의 싹은 틔울 수 없게 된다. 이런 불확실성이 사라져야 스타트업이 마음껏 역량을 펼치고 투자금 유치도 활성화할 수 있다.

이번 개정안 통과로 모빌리티 스타트업은 ‘기여금’을 내고 ‘플랫폼 운송면허’를 받아 ‘택시총량제’를 따라야 한다. 이런 규제는 거대자본만 성공하는 ‘대마불패’의 신화를 운수사업에도 도입하는 것이다. 거대 운수자본에 유리한 운수사업 구조는 기존 택시업계에도, 스타트업 업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최악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이러다 외국에 미래 운수산업 다 내줘”

디지털 시대 운수사업 개편 방향은 새로운 사업자들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신구 사업자들 간 경쟁을 통해 국민의 선택을 받도록 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타다가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면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망했을 것이고, 애당초 여객자동차운수사업의 틀을 바꾸겠다는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젠 누구나 스마트폰을 들고 자신이 선호하는 서비스를 선택해 공급자에 생사여탈권을 행사할 수 있는 시대라는 얘기다.

거대한 진입장벽을 만들어 정부 개입을 지속하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는 시장주의 국가다. 그런데 유독 운수산업에 대해 강력한 공급 통제를 지속하고 있다. 이는 운수산업의 낙후를 초래하고 국민이 선진국보다 불편한 운수 서비스를 인내하게 한다.

일반 자가용을 택시처럼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우버X, 전세버스 공유업체였던 콜버스와 승용차·렌터카 승차공유 업체였던 차차는 2018년 사업을 접었다. 지난해에는 택시업계의 반발로 카카오와 풀러스가 사실상 카풀 서비스를 중단했다. 그러다 보니 현대차·삼성·SK·네이버 등 주요 기업은 한국이 아닌 일본·미국·싱가포르 등에서 자율주행과 공유차량 사업을 벌이고 있다.

구태언 변호사

구태언 변호사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8월 영국의 ‘붉은 깃발법’을 거론하며 규제 혁파와 혁신성장을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는 국민의 선택을 통한 산업의 발전을 배제하고 정부의 규제 권한을 유지하려 하고 있다. “정부가 혁신성장을 이야기하면서 사법부의 판단에도 불복해 국회가 1만여 드라이버들과 스타트업의 일자리를 없애버리는 입법에 앞장서리라곤 생각도 못했다”는 이재웅 쏘카 대표의 말이 가슴에 와닿는다. 올바른 운수산업 개편은 자율과 경쟁을 통해 신산업의 혁신을 허용하고, 이용자 편익을 증진하면서, 신산업과 기존 산업에 대한 규제를 함께 혁신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구태언 변호사

국내 대표적인 IT전문 변호사로 꼽힌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에서 사이버범죄 전문 검사로 일했고, 4차산업혁명위 사회제도 혁신위원, 핀테크 등 금융IT 혁신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공유경제협회 규제혁신위원장을 맡고 있다. 고려대 법대, 사법연수원 24기.

구태언 IT전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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