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보호법 폐지' 또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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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사회보호법 폐지 등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이던 청송보호감호소 피감호자 한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것을 계기로 이 법률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천주교인권위원회 등 26개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사회보호법 폐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5일 "인권 침해에 항의하던 피감호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것이 결국 죽음을 불렀다"며 "사회보호법은 즉시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대위 집행위원장인 박찬운 변호사는 "징역형 등의 처벌을 받은 사람을 재범(再犯)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다시 구금하는 것은 명백한 '이중처벌'"이라며 "사회보호법은 이중처벌을 금지하고 있는 헌법(13조)에도 위배된다"고 말했다.

◇피감호자 사망=5일 청송보호감호소에 따르면 제1감호소에 수용 중이던 姜모(37)씨가 지난 4일 오전 7시30분쯤 아침 식사 중 갑자기 구토를 하며 쓰러졌다. 姜씨는 인근 안동병원으로 옮겨지던 중 숨졌다.

姜씨는 청송보호감호소에 수용 중인 4백50여명의 피감호자들과 함께 ▶사회보호법 폐지▶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며 지난달 29일부터 단식을 벌여왔다. 姜씨는 단식 도중 건강이 악화돼 2일 감호소 내 병실로 옮겨져 링거 주사를 맞아왔었다.

감호소 측은 "건강이 호전돼 이날 아침 쌀죽을 제공했는데 식사 도중 갑자기 쓰러졌다"며 "검안의가 '간경화에 따른 식도출혈'을 사인이라고 1차 소견을 내놓고 있어 단식에 따른 사망은 아닌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姜씨의 부친(64)은 "며칠 전 전화통화에서 '건강하다'고 말한 사람이 갑자기 죽은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사인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검찰은 6일 중 姜씨에 대한 부검을 실시할 예정이며, 법무부도 감사반을 현지에 급파해 진상 조사를 하고 있다.

姜씨는 절도죄로 2000년 10월 징역 1년6월에 보호감호 7년을 선고받고 청송보호감호소에서 생활해 왔다. 이 감호소 피감호자 1천5백여명 중 4백50여명은 1주일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곳의 피감호자들은 지난해 세차례 단식 농성을 벌였고, 지난 5월에도 집단으로 단식 농성했었다.

◇왜 단식이 잦나=피감호자들과 인권단체들은 보호감호를 규정하고 있는 사회보호법이 대표적인 위헌.반인륜법이라며 철폐를 요구하고 있다. 1980년 신군부가 삼청교육대 이수자들을 사회에서 격리하기 위해 도입한, 반(反) 문명적인 법이라는 주장이다.

이들은 91년부터 여러차례에 걸쳐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으며, 국회 등을 통해 법률 폐지운동도 벌이고 있다.

그러나 헌재는 "개인의 기본권을 다소 제한하는 측면이 있지만 헌법상 기본권 제한 사유인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로 위헌은 아니다"며 일관되게 합헌 결정을 내려왔다.

사회보호법은 강도.절도 등의 범죄를 두차례 이상 저지른 사람이 다시 같은 종류의 죄를 범했을 경우 복역 후 최장 7년간 감호소에 수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청송=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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