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허위신고 첫 구속기소…檢, 경범죄를 '공집방'으로 바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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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달 20일 광주고검 청사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달 20일 광주고검 청사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허위신고 혐의로 구속기소 된 첫 사례로 알려진 50대 남성이 애초 경찰 수사 단계에서는 경범죄 처벌법 위반 혐의를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정읍지청 "우한서 감염" 50대 구속기소 #'거짓말 전화' 보건소 직원 현장 출동 #경찰, 경범죄 처벌법 위반 혐의 적용 #檢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 타당" #"다른 범죄…대검 엄단 지침도 영향"

경찰도 추가 범죄가 드러난 해당 남성을 구속 상태에서 수사했으나, 검찰은 '허위사실 유포 사범은 엄벌하라'는 윤석열 검찰총장 지침에 따라 벌금형이 대부분인 경범죄보다 처벌 수위가 높은 위계공무집행방해죄로 죄목을 변경·적용해 그를 재판에 넘겼다.

2일 전주지검 등에 따르면 전주지검 정읍지청은 지난달 27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A씨를 구속기소 했다. A씨는 지난달 6일 "중국 우한에 다녀온 뒤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된다"고 허위신고를 해 보건소 직원 등을 현장에 출동하게 한 혐의다.

보건 당국의 고발로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다. A씨는 경찰에서 "술을 먹고 장난으로 전화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 전주시 덕진구 만성동 전주지검 신청사 전경. 뉴스1

전북 전주시 덕진구 만성동 전주지검 신청사 전경. 뉴스1

최근 A씨의 구속기소 사실이 알려지자 '코로나19 환자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보건 당국에 허위신고만 해도 구속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높였다는 분석이다. 반면 법조계 안팎에서는 '코로나19 사태가 아무리 심각하더라도 허위신고만으로 검찰이 당사자를 구속기소 하는 건 과도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은 단순히 허위사실 신고만 가지고 A씨를 송치한 게 아니라 여러 범죄 사실이 있는 상황에서 구속기소 의견을 달아 검찰에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이미 구속 상태에서 경찰 수사를 받았다. A씨의 다른 범죄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경찰은 (코로나19 관련) 허위신고를 한 부분에 경범죄 처벌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지만,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피의자 조사와 피해자 신고 내용 등에 대한 법리 검토를 거쳐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처벌하는 게 타당하다고 보고 죄명을 변경해 다른 범죄 사실과 묶어 피의자를 구속기소 했다"고 말했다.

A씨가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는 배경에는 기소 당일(2월 27일) 윤석열 총장이 내린 지시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대검찰청은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국민 불안을 조장하는 각종 유언비어나 허위사실 유포 사범은 강력히 처벌하라'는 지침을 세웠다.

검찰 관계자는 "코로나19 관련 허위사실 신고가 구속에 영향을 미쳤느냐 여부는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지만, 대검의 엄단 지침이 피의자의 신병 처리에 영향을 준 것은 부인할 수 없다"고 전했다.

정읍=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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