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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디스플레이 노조, ‘블라인드’ 앱 투표로 한국노총 선택

중앙일보

입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0월 충남 아산시 삼성디스플레이 공장에서 디스플레이 부문 신규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0월 충남 아산시 삼성디스플레이 공장에서 디스플레이 부문 신규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디스플레이 노조준비위원회가 지난 17일 충청남도 아산시에 노조 설립 신고증을 제출했다. 이로써 삼성전자에 이어 삼성디스플레이에도 공식 노조가 설립됐다. 현행 노동조합법상 노조 설립은 신고제로 곧바로 단체교섭이 가능한 법적 노조로 인정받는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금속노련) 소속인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는 오는 21일 공식 출범 선언을 한다.

블라인드 투표서 한노총 60%, 민주노총 40%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 노조준비위는 한노총과 민주노총 가운데 어떤 곳을 상급단체로 정할지를 놓고 격론을 벌였다고 한다. 삼성디스플레이 노조의 한노총 가입은 결국 익명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에서 결정됐다. 블라인드를 통해 약 1000명이 상급 단체를 어떤 곳으로 할지 투표했는데, 여기서 한노총 60%, 민노총 40%로 갈렸다.

민주노총 입장에선 삼성전자에 이어 삼성디스플레이까지 한노총에 내주게 됐다. 지난해 11월 삼성전자 제4 노조의 한노총 가입 이후, 민주노총과 한노총은 삼성 계열사를 놓고 서로 노조 설립 경쟁을 벌여왔다.

한국노총 홈페이지에 지난달 25일 올라온 삼성디스플레이 노조설립 문의 게시글. [사진 한노총 홈페이지]

한국노총 홈페이지에 지난달 25일 올라온 삼성디스플레이 노조설립 문의 게시글. [사진 한노총 홈페이지]

삼성디스플레이는 국내 최대 사업장인 현대차(조합원 수 약 5만500명)만큼은 아니지만, 임직원 수가 약 2만3700명인 대규모 사업장이다. 한노총은 제1 노총 지위를 민주노총에 내주며 위기감을 느꼈지만, 최근 삼성전자 노조와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를 산별노조로 흡수했다. 한국노총은 법률지원단을 구성해 삼성디스플레이 노조 설립을 측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에 대해선 노조를 설립하려는 직원 사이에서도 "너무 강성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고 한다.

회사가 PS 미지급하자 직원들 노조 설립  

이번 노조 가입은 삼성디스플레이 사측의 초과이익성과급(OPI·옛 PS) 미지급 방침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당초 중대형 사업부의 실적 부진을 들어 PS를 지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012년 삼성전자에서 분사한 이후 처음으로 PS를 주지 않겠다는 사측 방침에 직원 상당수가 반발했다는 것이다. 액정(LCD) 패널 사업은 불황을 피하지 못했지만,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사업 중심으로 지난해 연간 1조9000억원 흑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직원 반발이 거세지자 회사는 스마트폰 OLED 패널을 만드는 중소형 사업부에는 기본급 100% 수준의 백화점 상품권을 격려금 명목으로 지급했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의 노조 설립 계획을 공유하는 소셜미디어 '네이버 밴드' 가입자는 약 3600명이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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