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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록가수들 한국 팬 에너지에 '감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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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28일부터 3일간 인천 송도에선 록 해방구가 생겼다.'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이다. 전날부터 쏟아진 폭우로 행사장은 진흙탕이 됐다. 하지만 폭발적인 록의 에너지는 비나 진흙으로는 식힐 수 없었다. 세계적인 뮤지션들의 열정적인 무대, 환호하는 관객은 모두가 하나되는 젊음의 축제를 만들었다.

◆ 세계적 뮤지션, 한국팬에 반하다=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블랙아이드피스와 플라시보의 무대가 펼쳐진 29일 밤. 열정적인 무대를 향해 2만여명의 관객이 뿜어내는 열기는 폭죽과 함께 송도의 밤하늘을 뒤흔들었다. 관객들은 갯벌같은 공연장 환경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3시간 내내 폭발적인 환호로 무대를 뜨겁게 달궜다.

최고의 엔터테이너임을 온몸으로 증명한 힙합그룹 블랙아이드피스는 공연 내내 '코리아'를 외치며 "한국을 떠나기 싫다"고 말했다. 압도적인 카리스마로 무대를 장악한 영국 3인조 록밴드 플라시보는 두 번이나 앙코르에 응했다. 플라시보의 매니저는 공연 직후 "보컬 브라이언 몰코가 관객에게 미소를 보내고, 절까지 하는 것은 처음 봤다"며 "한국팬의 열정적인 반응 덕분"이라고 말했다.

28일 공연한 미국의 5인조 록밴드 스트록스는 서태지의 노래 '우리들만의 추억'을 잠깐 선보였고,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제이슨 므라즈는 팬들의 환호에 보답하듯 즉석에서 팔뚝에 'I♡U'를 써보였다. 대중음악평론가 김작가는 "국내 음악팬들은 매너와 열정면에서 세계 최고수준"이라며 "그런 열정이 뮤지션들의 폭발적인 무대를 이끌어낸다"고 말했다.

◆ 록으로 잠들고, 록으로 눈뜨다= 캠핑장에는 야영하며 록을 즐기는 열성팬 2000여 명의 텐트가 가득 찼다. 피서를 겸해 가족 단위로 참여한 팬도 많았다. 대학생 이진용 씨는 "새벽까지 록을 즐기다 잠들고, 록 음악을 들으며 눈을 뜨는 체험을 하기 위해 야영을 선택했다"며 "강력한 비트의 록 사운드를 들으며 자유와 해방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유봉(27.여)씨는 "예매 관객의 64%가 여성"이라며 "록 음악은 이제 남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캠프장에서 만난 모니크 로라(23.여.미국 캘리포니아)는 "음악적 공감대 하나로 모두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게 록 페스티벌의 정신"이라며 "한국에도 이런 문화적 해방구가 생겼다는 사실이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인천 송도=정현목 기자, 최영찬 인턴기자

◆ 우드스탁=1969년 뉴욕의 전원도시인 베델 평원에서 개최된 록 페스티벌. 남녀노소 수십만명의 음악팬을 음악공동체로 끌어들인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된다. 이후 영국의 글래스톤베리나 일본 후지 록 페스티벌이 탄생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94년과 99년에 각각 25주년, 30주년 기념 공연이 열렸지만, 지나친 상업성 때문에 60년대 자유로운 록의 정신이 훼손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인천광역시가 주최하고, 인천관광공사가 주관하는 국내 최대규모의 록 페스티벌. '한국판 우드스탁'을 표방한 행사로, 국내외 뮤지션 총 40여 팀이 참가해 72시간 동안 공연과 음악 관련 이벤트가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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