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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양어선 오룡호 사고, 사조산업 임직원 5년여만에 유죄

중앙일보

입력

베링해에서 침몰한 트롤어선 501오룡호. [연합뉴스]

베링해에서 침몰한 트롤어선 501오룡호. [연합뉴스]

선원 27명이 사망하고 26명이 실종된 ‘501오룡호’ 침몰사고가 발생한 지 5년여 만에 선사인 사조산업 임직원들에게 사고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부산지법, 선사 임직원 6명 유죄 판결 #사조산업 법인에 벌금 1500만원 내려 #오룡호 2014년 12월 러시아에서 침몰

부산지법 형사5부(권기철 부장판사)는 14일 업무상과실치사, 업무상과실선박매몰, 선박직원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오룡호 선사 사조산업 전·현 임직원에 대한 1심 판결에서 모두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모(69) 대표이사와 문모(53) 이사에게는 각각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남모(45)씨 등 전·현직 부장·과장·계장 3명에게는 징역 1년~1년 6월과 함께 모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공무 감독 최모(59)씨에게는 업무상 과실치사와 선박매몰 혐의에는 무죄를 선고했지만, 부정한 방법으로 어선검사증서를 발급받은 혐의(선박직원법 위반)를 인정해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또 사조산업 법인에는 선박직원법 위반 범행횟수가 50차례가량으로 많고, 의무 위반으로 인한 위험성의 정도가 큰 점 등을 들어 1500만원의 벌금형을 내렸다. 다만 선박직원법 위반 방조 혐의로 기소된 해양수산청 담당 공무원 2명에게는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부산법원 청사. [연합뉴스]

부산법원 청사. [연합뉴스]

재판부는 김모 대표이사에 대해 “선박의 안전운항을 책임져야 할 사람으로 침몰사고에 큰 책임이 있다. 그런데도 부하직원과 부산본부 담당자들의 소관이라고 미루는 것은 책임 있는 모습이 아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나머지 전·현직 임직원에 대해서도 “피고인들은 승무 기준을 위반해 선원들을 승선시키는 등 선박의 인적, 물적 안전관리를 소홀히 한 채 위험한 조업을 강행해 사고로 이어진 데 대한 책임이 있다”고 유죄 이유를 밝혔다.

501오룡호(1753t)는  2014년 12월 1일 오후 5시(현지시각) 러시아 서베링해에서 명태 조업을 하다 조종능력과 복원력을 상실해 좌현으로 기운 채 선미 부분부터 바닷속에 잠겨 침몰했다. 이 사고로 승선원 60명 가운데 7명만 구조되고 한국인 11명을 포함해 필리핀인·인도네시아인 선원 27명이 익사하거나 저체온증으로 사망하고, 26명은 실종됐다. 그해 4월에는 세월호 침몰 사고가 나기도 했다.

검찰은 사조산업 임직원 6명과 법인, 해수청 공무원 2명 등을 기소했다. 당시 수사결과 오룡호에는 선장, 1·2·3등 항해사, 기관장, 1·2·3등 기관사, 통신장 등 총 9명의 선박직원법상 필수 승선 인원 중 4명(선장, 2등 항해사,기관장,1등 기관사)은 자격 기준에 미달하고 3명(2·3등 기관사, 통신장)은 아예 승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오룡호는 사고 당시 기상이 나빠 바다가 매우 거칠어져 있었으나 인근 항구로 피항하거나 침수상황에 대비하지 않은 채 명태 약 20t이 잡혀있는 그물을 끌어올리다 배 안에 갇힌 해수와 어획물의 쏠림현상으로 선체가 균형을 잃고 강풍과 파도에 기운 채 선미 부분부터 침몰한 것으로 조사됐다.

트롤어선인 오룡호는 1978년 1월 스페인에서 건조됐으나 사조산업이 2010년 12월 인수한 뒤 어획물 처리능력을 높이기 위해 3t 용량의 하역설비를 새로 설치하는 등 선체 개조과정을 거쳐 남태평양에서 돔 잡이 조업을 하다 부산항에 귀항했다. 이어 2014년 7월 10일 부산 감천항에서 한국인 11명, 필리핀인 13명, 인도네시아인 36명을 태워 명태잡이를 위해 러시아 베링해로 출항했다.

이 사고의 1심 판결이 늦어진 것은 외국인 선원들을 증인으로 소환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등 애로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법원 측은 설명했다.

부산=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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