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 쏟아지자 꼬리내린 민주당 "임미리 교수 고발 취하, 유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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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향신문에 민주당을 비판하는 칼럼을 썼다가 민주당에 고발을 당한 임미리 교수. [중앙포토]

최근 경향신문에 민주당을 비판하는 칼럼을 썼다가 민주당에 고발을 당한 임미리 교수. [중앙포토]

더불어민주당은 임미리 교수 및 경향신문에 대한 고발을 취하한다고 14일 밝혔다. 검찰 고발 사실이 알려지며 당 안팎의 거센 비판에 직면한 지 하루만이다.

민주당은 이날 별도 공지를 통해 “임 교수 및 경향신문에 대한 고발을 취하한다”며 “임 교수는 특정 정치인의 싱크탱크 출신으로, 경향신문에 게재한 칼럼이 단순한 의견 개진을 넘어 분명한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으로 판단해 고발을 진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우리의 고발조치가 과도했음을 인정하고, 이에 유감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애초 임 교수가 안철수 전 의원의 싱크탱크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실행위원 출신이라고 명시한 공지문을 발송했다가 이를 정정했다.

앞서 임 교수는 지난달 28일 경향신문에 기고한 ‘민주당만 빼고’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촛불 정권을 자임하면서도 국민의 열망보다 정권의 이해에 골몰하고 있다”며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민주당은 이해찬 대표 명의로 임 교수와 해당 칼럼을 실은 언론사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 사실이 임 교수의 페이스북 글 등을 통해 뒤늦게 알려지면서 정치권 안팎에선 비판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박주민 최고위원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민주당은 당에 비판적 칼럼을 기고한 임미리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를 이해찬 대표 명의로 검찰에 고발, 부적절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박주민 최고위원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민주당은 당에 비판적 칼럼을 기고한 임미리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를 이해찬 대표 명의로 검찰에 고발, 부적절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유력 차기 대권주자이자 공동선대위원장에 내정된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전날 윤호중 사무총장과 통화하고 바람직하지 않다며 고발 취소를 요구했다.

이번 총선에서 TK(대구·경북)를 담당할 김부겸 의원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대구 경북에서 선거를 치르는 저를 포함한 우리 당 예비후보들, 한 번 도와 달라”며 “젊은 중도층이 고개를 저으면 방법이 없다. 지금 이 건은 누가 뭐라 해도 중도층의 이반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며 취소를 촉구했다.

김 의원은 “우리는 증오에 가득 찬 독설이라도 다양성 차원에서 용인하는 게 성숙한 민주주의라는 신념으로 싸워온 정당”이라며 “오랜 독재시대를 거쳐온 대한민국 국민은, 권력이 겸허와 관용의 미덕을 잃는 순간 금세 알아채고 노여워 한다”고도 했다.

정성호 의원은 “오만은 위대한 제국과 영웅도 파괴했다"며 "항상 겸손한 자세로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가치의 상대성을 인정하고 다양한 의견을 수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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