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민주, 비판칼럼 고발 취하하라…표현자유·언론독립성 침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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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스1]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경향신문에 민주당을 비판하는 내용의 칼럼을 기고한 임미리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를 지난 5일 고발한 것과 관련해 정의당은 “민주당은 자중하고 고발을 취하하라”고 비판했다.

13일 강민진 대변인은 논평에서 “자당을 비판하는 칼럼이 나오자 고발로 대응한 민주당의 행태는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신문의 칼럼은 원래 정당과 정부 등 권력층에 날선 비판이 오가는 공간”이라며 “그런 공간이 허용되는 것이 민주주의이고, 성역 없는 비판은 평론가와 저자들의 의무”라고 덧붙였다.

강 대변인은 “칼럼을 통해 비판했다는 이유로 고발이 들어온다면, 그것도 고발한 주체가 집권여당이라면, 어느 누가 위축되지 않고 자유롭게 말할 수 있겠는가”라며 “해당 칼럼을 싣지 말라고 민주당이 경향신문에 요청한 것 자체도 문제이지만 경향신문이 그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언론까지 고발 대상으로 삼은 점은 더더욱 수용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또한 강 대변인은 “민주당의 이번 고발은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권력에 대한 비판의 자유,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국가가 처벌하지 못하도록 막아섰던 역사가 민주진보진영의 시작점이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결코 이전 정권의 전철을 밟지는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사진 임미리 교수 페이스북 캡쳐=뉴스1]

[사진 임미리 교수 페이스북 캡쳐=뉴스1]

앞서 이날 민주당은 지난달 28일 게재된 임미리 교수의 ‘민주당만 빼고’라는 제목의 칼럼이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임 교수와 경향신문 칼럼 편집 담당자를 서울 남부지검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정당이 신문 칼럼의 내용을 문제 삼아 필자와 해당 언론 관계자를 고발한 것은 이례적이다.

임 교수는 해당 칼럼에서 “정당과 정치인들에게 알려주자. 국민이 볼모가 아니라는 것을, 유권자도 배신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자”며 “선거가 끝난 뒤에도 국민의 눈치를 살피는 정당을 만들자. 그래서 제안한다.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고 했다.

민주당의 고발에 대해 임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살이 살짝 떨리고 귀찮은 일들이 생길까 봐 걱정된다”면서도 “그보다 더 크게는 노엽고 슬프다. 민주당의 작태에 화가 나고 1987년 민주화 이후 30여년 지난 지금의 한국 민주주의 수준이 서글프다”고 밝혔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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