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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조선업 분쟁’에 日총력전… 총리관저 “100% 이겨야”

중앙일보

입력

일본 국내 2위 조선사인 재팬마린유나이티드(JMU)가 지난 3일 주력 조선소인 교토의 마이즈루조선소를 폐쇄한다고 밝혔다. [사진 교토부 홈페이지]

일본 국내 2위 조선사인 재팬마린유나이티드(JMU)가 지난 3일 주력 조선소인 교토의 마이즈루조선소를 폐쇄한다고 밝혔다. [사진 교토부 홈페이지]

일본 정부가 한국과의 조선업 분쟁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6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세계무역기구(WTO)에 한국 정부를 제소한 국토교통성을 중심으로 관련 부처들이 합심해 “100% 이길 수 있도록” 사활을 걸고 있다. 국제 무대에서의 한·일간 자존심 싸움에 더해 일본 조선산업의 심각한 위기가 반영돼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자협의 결렬 뒤, 요청 않다가 기습제소 #강제징용 문제로 갈등 커지자 일단 보류 #후쿠시마 수산물 패소 이후 상황 급반전 #'10만 고용' 조선산업 위기가 본질

지난달 31일 일본은 한국 정부의 조선산업 구조조정 관련 조치 전반에 문제가 있다며 WTO에 제소했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일본은 2018년 11월 한국 정부가 조선산업 회생을 빌미로 조선사들에 1조2000억엔(당시 환율로 약 11조9000억원)의 보조금을 줘 공정한 경쟁을 방해하고 있다며 WTO에 제소했다.

이후 일본의 요청으로 한·일 양국은 양자협의를 시작했지만 서로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며 결렬됐다. 그런데 일본은 곧바로 WTO에 패널 설치를 요청하지 않았다.

같은 시기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 문제를 둘러싸고 한·일 관계가 급격히 악화한 영향이 컸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요미우리에 “신중히 진행하도록 정부 내 기류가 바뀌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그런데 지난해 4월 한국의 후쿠시마 인근 8개현의 수산물 금수조치를 둘러싼 양국 분쟁에서 최종심인 WTO 상소기구가 1심을 뒤집고 한국의 손을 들어주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패소 직후 총리 관저에선 ‘조선 분쟁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메시지가 나왔다고 한다.

조선업을 관할하는 국토교통성이 전담팀을 구성해 키를 잡았다. 하지만 국교성은 WTO 제소 경험이 없어 베테랑인 외무성과 경제산업성이 측면 지원을 하는 형태가 됐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여기에 국제무역 사정에 밝은 전문 변호사들도 가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조선산업의 위기가 이번 분쟁의 본질적인 배경이란 지적도 나온다. 1980년대 세계 조선시장의 50%를 점유했던 일본은 2000년대 이후 한국과 중국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여러 차례 구조조정을 했지만 회생 기미가 없어 최근 들어서도 다시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 국내 2위인 재팬마린유나이티드(JMU)는 지난 3일 주력 조선소인 교토의 마이즈루조선소를 폐쇄한다고 밝혔다. 미쓰비시중공업도 핵심인 나가사키조선소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요미우리는 “일본 국내 조선 관련 산업의 고용이 10만명을 넘는다”며 “부품 등을 납품하는 중소기업까지 포함할 경우 파급력이 막대하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가 이번 분쟁에 총력을 펼치는 이유인 셈이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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