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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지방선거 전후 21차례 김기현 수사 보고받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지난 4일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공소장을 비공개키로 한 법무부 결정은 추미애 장관이 강행을 지시한 것으로 5일 확인됐다.

추미애 공개 안 한 공소장에 적시 #“송철호, 황운하에 적극 수사 요청” #공소장 비공개 부정적 내부 의견 #추 “내가 정치적 부담 감내” 강행

법무부는 이날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법무부 내부에서 공소장을 공개해온) 관행과 달라 장관 개인의 정치적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며 “하지만 추 장관이 정치적 부담은 자신이 감내하겠다는 소신을 밝혀 최종적으로 공소장을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추 장관은 이날 출근길에 “국회의원실에 자료를 제출하면 곧바로 언론에 공소장 전문이 공개되는 잘못된 관행이 있었다”며 “이는 국민의 재판 받을 권리 및 형사 절차상의 기본권 침해이고 법무부가 지난해 12월 (공소장 요지만 공개하도록 한)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도 만들어놓고 지키지 않을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여론은 비판 일색이다. 야당 뿐 아니라 진보 진영도 가세했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내고 “전직 청와대 수석과 현직 울산시장 등 13명이 선거에 개입해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중대한 혐의로 기소된, 국민적 관심이 큰 사건”이라며 “‘개인의 명예나 사생활 보호’라는 공소장 비공개 사유는 궁색하기 그지없다”고 지적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문재인은 노무현을 어떻게 배신했나’라는 제목의 페이스북 글에서 “중요 사건 공소장을 국회에 제출하도록 한 국회증언감정법은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해 참여정부가 도입한 사법개혁의 대표적 업적”이라며 “문재인 정권은 노무현 정신을 배반했다. 철저히, 아주 철저히”라고 비판했다.

한편 추 장관이 비공개를 결정한 울산 사건 피고인 13명의 공소장에는 청와대가 2018년 지방 선거를 전후해 김기현 전 울산시장 관련 경찰 수사 상황을 21차례에 걸쳐 보고받은 사실이 적시돼 있다고 한다.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김태은)는 송철호 울산시장이 적극적으로 청와대와 경찰에 선거 관여 요청 및 수사 청탁을 했고, 청와대 등이 해당 요청을 상당 부분 받아들였던 것으로 판단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소장에는 “청와대가 김 전 시장에 대한 수사 상황을 선거 전 18회, 선거 후 3회 보고받았다”고 적혀있다.

평균 6일에 한 번꼴이다. 당시 민정수석이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박형철 당시 반부패비서관을 통해 15회 이상 경찰 수사 상황을 보고받은 것으로 명시됐다. 또 송 시장이 2017년 9월 황운하 당시 울산경찰청장에게 “김 시장에 대한 수사를 적극적, 집중적으로 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내용도 있다. 송 시장이 2017년 10월부터 임종석 당시 대통령비서실장 등 청와대 관계자들에게 “김 시장이 추진 중인 산재모병원에 대한 정부 예비타당성 조사(예타) 결과 발표를 연기해달라”고 요청했고 실제로 성사됐다는 내용도 적혔다. 검찰은 4월 총선 이후 임 전 실장과 조 전 장관 등에 대한 추가 조사 및 기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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