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 코로나로 대학 개강 연기 검토…예비비 3조4000억 투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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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대응 관련 당정청협의회 회의. 정세균 국무총리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등 당정청 핵심 인사들이 참석했다. [뉴스1]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대응 관련 당정청협의회 회의. 정세균 국무총리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등 당정청 핵심 인사들이 참석했다. [뉴스1]

청와대·정부·여당이 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달 20일 첫 확진자 발생 후 16일 만이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당·정·청 핵심 인사들은 2시간에 걸친 회의 끝에 예비비 3조 4000억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한 경기 위축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다. 회의엔 정세균 총리,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예비비는 정부가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미리 편성해 놓은 ‘긴급 비용’에 해당한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당·정·청 협의 직후 브리핑을 통해 “활용 가능한 목적 예비비 2조원과 일반 예비비 1조4000억원 등을 적재적소에 신속하게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민주당 관계자는 “현장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인적·물적 자원을 최대한 신속하게 동원키로 했다"라고 말했다.

예비비 중 1300억원은 보건복지부에 투입된다. 확진자 격리, 방역망 확충 등에 필요한 예산도 지원된다. 피해 기업과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금융·세제 지원도 확대된다. 이해찬 대표는 이날 당·정·청 회의에서 “직접 타격을 입는 중소자영업자 지원책을 선제적으로 마련해 달라”며 “당분간 세무조사 같은 것을 유예해 주는 방안도 경제부처서 검토해달라”고 말했다.

당정청 협외희 회의에선 국내 대학에 다니는 중국인 유학생의 '입국 러시'를 막기 위해 각 대학의 개강을 연기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서 중국발 여객기를 타고 도착한 승객들이 검역대를 통과해 중국 전용입국장으로 이동하는 모습. [연합뉴스]

당정청 협외희 회의에선 국내 대학에 다니는 중국인 유학생의 '입국 러시'를 막기 위해 각 대학의 개강을 연기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서 중국발 여객기를 타고 도착한 승객들이 검역대를 통과해 중국 전용입국장으로 이동하는 모습. [연합뉴스]

당·정·청은 또 국내 상당수 대학에 중국인 유학생이 재학 중이란 점을 감안해 개강 연기를 권고하기로 했다. 방학을 마친 중국인 유학생이 일제히 한국으로 입국해 각 대학 캠퍼스로 돌아갈 경우 바이러스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국내 대학 중 중국인 유학생이 가장 많은 경희대(3839명)를 비롯해 광운대·동국대·서강대·세종대·중앙대 등은 이미 자체적으로 개강 연기를 결정했다. 국내 중국인 유학생은 7만명 규모다. 이 중 5~6만명의 유학생이 중국서 춘제를 보내고 입국 예정인 것으로 교육부는 보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중국 후베이(湖北)성 이외의 지역에 대한 추가 입국 금지 조치는 결정하지 않았다. 홍익표 대변인은 “어제부터 후베이성 입국 금지 및 특별 입국 관리 절차가 시작됐다”며 “(추가 조치는) 정부 시행 조치와 중국 상황을 지켜보고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최근 논란이 되는 ‘마스크 사재기’에 대해선 이를 시장 교란 행위로 보고 강력 단속을 예고했다.

정부 대처에 대한 긍정적 자평도 나왔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우리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조금씩 승기를 잡아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가짜뉴스 지적도 빠지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와 관련한 가짜 뉴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와 관련한 가짜 뉴스. [연합뉴스]

정세균 총리는 “누군가의 가짜뉴스 하나로 인해 많은 국민이 불안해하고 혼란을 겪는다. 정부 방역대책에도 지장을 준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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