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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425명, 확진 2만명 돌파···中 분풀이할 희생양 찾고 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의한 사망자와 확진 환자가 무섭게 늘고 있다. 사망자는 400명을 넘어섰고 확진 환자는 2만 명을 돌파했다. 사망자와 확진 환자 모두 너무 빠른 속도로 증가하며 매일 새로운 기록을 쓰고 있어 커다란 공포심을 자아낸다.

베이징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가 200명을 넘어선 가운데 버스 소독 등 방역 작업이 강화되고 있다. [중국 신화망 캡처]

베이징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가 200명을 넘어선 가운데 버스 소독 등 방역 작업이 강화되고 있다. [중국 신화망 캡처]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4일 오전 발표에서 3일 하루 64명이 숨져 사망자는 모두 425명이 됐다고 밝혔다. 하루 60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날 기록한 1일 최대 사망자 57명을 하루 만에 바로 경신했다.
사망자로 이어지는 중증 환자도 3일 하루 역대 최고인 492명이나 증가했다. 병세가 심한 중증 환자의 수가 3000명 가까운 2788명을 기록하고 있어 앞으로도 한동안 사망자가 적지 않게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이후 중국 곳곳에선 열이 나는지를 체크하기 위한 체온 측정이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중국 인민망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이후 중국 곳곳에선 열이 나는지를 체크하기 위한 체온 측정이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중국 인민망 캡처]

확진 환자도 3일 하루 이제까지 가장 많은 3235명이 발생했다. 하루에 3000명이 넘는 환자가 나온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로써 전체 환자는 2만 438명으로 불었다. 이런 추세가 앞으로 일주일 정도 더 지속한다면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의 전 세계 사망자 774명도 뛰어넘을 전망이다.
중국의 사스 퇴치 영웅으로 불리는 중난산(鍾南山) 중국 공정원 원사는 3일 신종 코로나가 앞으로 2주간 절정을 이룰 것으로 예상했다. 이 말이 맞을 경우 14일 동안 비슷한 사망자가 나온다면 그 수는 무려 1000명을 넘을 수 있다는 계산까지 나온다.

중국 각지에서 신종 코로나와의 싸움 일선에 서 있는 우한 등 후베이성 각 도시로 의료 지원 물자가 속속 도착하고 있지만, 현장에선 아직도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국 인민망 캡처]

중국 각지에서 신종 코로나와의 싸움 일선에 서 있는 우한 등 후베이성 각 도시로 의료 지원 물자가 속속 도착하고 있지만, 현장에선 아직도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국 인민망 캡처]

매일 비극적인 새로운 기록을 세우는 중국의 신종 코로나 사태가 당초 예상을 크게 벗어나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분위기다. 중국인의 울분이 터지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따라 분풀이를 할 수 있는 희생양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3일 신종 코로나 대응을 위한 정치국 상무위원회를 개최했다. 이번 역병으로 정치국 상무위원회를 개최한 건 지난 25일 춘절(春節, 설) 당일에 이어 벌써 두 번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의 싸움에 참여한 중국의 지원자들이 방역 작업을 돕고 있다. [중국 인민망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의 싸움에 참여한 중국의 지원자들이 방역 작업을 돕고 있다. [중국 인민망 캡처]

시 주석이 이 자리에서 강조한 여러 말 중 핵심은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은 자는 엄벌하라”는 것이다. 한바탕 사정 바람이 불 전망이다. 신종 코로나 발병지 우한(武漢) 다음으로 피해가 큰 황강(黃岡)엔 이미 회오리가 불고 있다.
중국인의 공적(公敵)이 되다시피 한 황강시 위생건강위원회 주임 탕즈훙(唐志紅)이 대표적인 경우다. 그는 지난달 29일 업무 감독을 나온 이로부터 환자 수용 능력, 의심 환자 수, 핵산 검사 능력 등 세 가지에 대해 질문을 받았으나 하나도 답을 하지 못했다.

탕즈훙 황강시 위생건강위원회 주임은 지난달 29일 업무 감독반의 환자 수용 능력, 의심 환자 수, 검사 능력 등 세 가지 질문에 하나도 답하지 못해 이튿날 면직됐다. [중국 CCTV 캡처]

탕즈훙 황강시 위생건강위원회 주임은 지난달 29일 업무 감독반의 환자 수용 능력, 의심 환자 수, 검사 능력 등 세 가지 질문에 하나도 답하지 못해 이튿날 면직됐다. [중국 CCTV 캡처]

이 장면이 고스란히 관영 중앙텔레비전의 방송을 타며 중국의 분노를 샀고 이튿날로 면직됐다. 이건 그저 한 예에 불과하다. 지난달 22일부터 31일까지 열흘 동안 황강시엔 단속 기구의 인력이 총동원됐다.
당원의 비위를 조사하는 기율위원회와 공무원 잘못을 따지는 감찰위원회 등에서 출동한 인원 누계가 3497명에 달한다. 하루 평균 350명가량이 방역 업무를 소홀히 하는 간부 적발에 나선 것이다.

중국 황강시의 신종 코로나 대응 작업 소홀에 대한 세찬 감사가 진행되며 1월 22일부터 31일까지 열흘 사이에 337명의 간부가 처벌을 받았다. 추리신 황강시 시장은 "가책을 느낀다"고 말했다. [중국 바이두 캡처]

중국 황강시의 신종 코로나 대응 작업 소홀에 대한 세찬 감사가 진행되며 1월 22일부터 31일까지 열흘 사이에 337명의 간부가 처벌을 받았다. 추리신 황강시 시장은 "가책을 느낀다"고 말했다. [중국 바이두 캡처]

모두 6416곳을 뒤져 337명의 간부를 처분하는 성과를 올렸다는 게 중국의 경제 잡지 ‘재경(財經)’의 보도 내용이다. 특히 1월 31일 하루에만 635명의 인력을 투입해 1107개 장소를 단속할 결과 135명을 처벌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방역 작업보다 단속 및 처벌이 더 많이 이뤄지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그 결과 추리신(邱麗新) 황강시 시장은 1일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매우 부끄럽고 자책감을 느낀다”고 토로해야 했다.

"중국 이겨라"며 신종 코로나와의 싸움에서 하루빨리 승리하기를 기원하는 중국 어린이들의 응원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 인민망 캡처]

"중국 이겨라"며 신종 코로나와의 싸움에서 하루빨리 승리하기를 기원하는 중국 어린이들의 응원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 인민망 캡처]

황강은 시작일 뿐이다. 업무를 태만히 한 간부를 엄벌에 처하라는 시진핑 주석의 명이 떨어졌으니 중국 곳곳에서 사정 바람이 불 전망이다. 시 주석은 특히 당정(黨政)의 주요 간부에 대한 책임을 확실히 물으라고 주문해 고위직 낙마도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3일 하루 역대 가장 많은 64명 목숨 잃어 #확진 환자는 사상 처음으로 2만 명 돌파 #중국인 분노 커지자 희생양 찾기 움직임 #시진핑 주석 정치국 상무위원회 개최해 #“직무태만 간부 엄벌에 처하라”고 주문 #황강시는 6416곳 뒤져 간부 337명 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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