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온 외국인, 입국장서 휴대전화 확인 안 되면 입국 거부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29일 중국 광저우에서 출발한 항공기 여객들이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입국하며 발열 검사를 받고 검역 질의서를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중국 광저우에서 출발한 항공기 여객들이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입국하며 발열 검사를 받고 검역 질의서를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4일부터 중국에서 외국인이 입국할 때 휴대전화 번호가 공항에서 확인되지 않으면 입국이 거부돼 중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정부는 중국 입국 외국인의 입국 절차를 이같이 강화해 4일 시행에 들어갔다. 정부는 후베이성에서 오는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되 이를 보조하는 장치의 하나로 휴대폰 현장 확인 절차를 마련했다.

중국 전역에서 오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인천공항 1,2터미널에 중국 전용 입국장 3곳을 설치했다. 다른 항공기 승객과 접촉을 막기 위해서다. 입국장에서 모든 외국인의 휴대전화 번호를 적도록 의무화했다. 현장에서 그 번호로 전화를 걸어 번호가 맞는지를 확인한다. 이를 위해 입국장 3곳에 각각 30여대의 전화를 설치했다.

만약 전화번호가 맞지 않거나 전화번호를 알려주지 않으면 입국이 거부된다. 정부 관계자는 "아이를 둔 가족이 올 경우 성인 1명의 전화만 확인하면 통과한다. 친구끼리 왔으면 다 확인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전화번호 확인을 위해 군 인력을 대거 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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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중국 현지 항공사의 탑승 데스크에서 '한국에 입국할 때 휴대폰 번호가 확인되지 않으면 입국이 거절된다'고 고지하게 된다. 정부는 2일 국내외 항공사에 이같은 고지 의무를 통보했다. 중국으로 돌아갈 경우 비용은 항공사가 부담해야 한다.

 정부가 휴대전화 번호 확인을 강화한 이유는 지역사회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입국할 때 증세가 없으면 공항 검역을 통과한다. 그 이후 증세가 생겨도 휴대전화가 없으면 추적 관리할 방법이 없다. 또 어디로 돌아다녔는지 추적할 길이 없다. 전화번호를 알면 동선을 추적할 수 있다. 내국인 입국자는 연락이 안 돼도 경찰을 동원해 거의 100%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외국인은 연락처를 모르면 찾을 방법이 없다. 이렇게 되면 지역사회 전파로 이어질 수 있는 구멍이 생긴다. 누구를 만났는지를 찾는 게 역학조사의 관건인데, 그 수단이 휴대전화이다. 휴대전화 확인 때문에 입국 대기시간이 1시간 이상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중국 현재 공관에서 한국행 비자 발급 심사를 매우 까다롭게 하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비자 발급이 깐깐해지고 입국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 한국 입국이 힘들다는 사실이 알려져 입국 동기를 약화시키는 부수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입국하는 외국인은 지난달 하루 평균 3만 5000명에 달했지만 신종코로나가 확산한 뒤 1만2000명 선으로 줄었다. 그래도 1만명이 넘는다. 정부는 4일 후베이성에서 오는 외국인 입국 금지 조치의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 우한과 한국을 오가는 항공편이 끊긴 지 오래라후베이성 입국자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후베이성 입국 금지가 방역 강화의 상징적인 조치로 본다. 정부 관계자는 "일각에서 중국인 입국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여러 가지 문제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그리 선택하기 쉽지 않다"며 "그래서 휴대전화 미확인자 입국 거부, 비자 심사 강화 등의 소위 '비관세 장벽' 같은 조치를 고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성식 기자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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