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옮긴다” 소문에 죽어가는 중국 반려동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국 톈진의 한 주택가에서 발생한 반려견(빨간 원) 추락 사건 현장. [사진 웨이보]

중국 톈진의 한 주택가에서 발생한 반려견(빨간 원) 추락 사건 현장. [사진 웨이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을 둘러싼 확인되지 않은 소문으로 중국의 개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이 끔찍하게 죽어나가고 있다.

최근 영국 더선 등 외신들은 중국 주택가에서 개나 고양이 사체가 발견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동물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소문이 퍼지면서다. 아파트 단지들이 동물 반입을 막거나 내쫓으며 사태가 더 심각해지는 상황이다.

최근 텐진(天津)의 한 아파트단지 주차장에서는 강아지 한 마리가 죽은 채 발견됐다. 고층에서 떨어진 것으로 보이는 이 강아지는 주차된 차량에 부딪힌 뒤 그대로 죽었다. 밤늦은 시간을 틈타 주인이 직접 강아지를 집에서 내던진 것으로 더선은 추정했다.

상하이 주택가에선 고양이 5마리가 한꺼번에 죽은 채 발견됐다. 수사 당국은 고양이 모두 깨끗하고 털 관리가 잘된 것으로 미루어 집에서 길러졌던 것으로 추정했다.

두 사건 모두 반려동물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옮긴다는 소문에서 시작됐다. 지난달 29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소속 전염병 전문가인 리란쥐안(李蘭娟)은 중국 중앙(CC)TV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애완동물이 바이러스에 노출되거나 환자와 접촉했다면 그들도 감염될 수 있다. 동물도 격리돼야 한다. 바이러스는 포유동물 사이에서 전파될 수 있다”며 각 가정에서 키우는 반려견 등도 바이러스 감염에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같은 날 세계보건기구(WHO)는 강아지나 고양이 등의 동물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다는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한편에선 봉쇄된 중국 우한시 내 방치된 자신의 반려동물들을 돌봐달라는 반려인들의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3일 AFP통신은 우한시 봉쇄령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반려동물들을 걱정하는 글들이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 등을 도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우한에 남겨진 반려동물을 구해주세요’가 이날 웨이보 플랫폼에서 검색 3위에 랭크됐다고 전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