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 만화의 힘…만화동인지 바카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5면

서점이나 만화가게에서 흔히 보는 만화의 그림체는 왜 늘 엇비슷한 걸까. 혹 이런 불만을 느껴본 분이라면 새로 나온 '바카스'(새만화책.8천5백원)를 권할 만하다.

상업만화의 바깥에서 활동하고 있는 만화인들의 단편 15편이 실려 있는데, 그림체는 물론이고 내용면에서도 작가마다 남다른 개성이 확연히 드러난다. 말풍선 없이 그림만으로 이어진 '눈 내리는 밤, 꿈에…'같은 작품이 있는가 하면 네 컷 만화 형식에 위악적인 유머를 담은 '유토피아.연상연산'같은 작품도 있다.

가족사를 강남 아파트 입성기 형식으로 그려낸 '우리 가족의 서울상경기'나 장애인 자녀를 둔 할아버지의 사연에 접근하는 '오즈로 가는 길'에서는 사실주의적인 색채가 물씬 풍겨난다.

'바카스'는 본래 1990년대 말 한겨레문화센터의 만화창작과정을 수료한 동기생들이 뭉친 모임 이름이자 부정기적으로 펴내 알음알음으로 판매해온 동인지 이름이다.

9호인 이번 책은 동인들이 주머닛돈을 모아 제작비를 부담하는 사정은 마찬가지이지만 출판사의 유통망을 통해 한결 폭넓은 독자를 만날 수 있게 됐다. 회원 김대중씨는 "우리 만화를 독자들이 어떻게 보는지 좀더 잘 알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이들의 홈페이지(www.baca.co.kr)에서는 동인지에 실리지 않은 다른 작가와 작품도 만날 수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