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 인재개발원 주민들 속속 집결…우한 교민 수용지 긴장감 고조

중앙일보

입력

31일 오전 충북 진천군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 앞에 경찰 차량이 진입로에 세워져 있다. 최종권 기자

31일 오전 충북 진천군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 앞에 경찰 차량이 진입로에 세워져 있다. 최종권 기자

중국 후베이성 우한 교민들이 31일 오전 김포공항에 도착한 가운데 충북 혁신도시 내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 주변에 주민들이 속속 집결하며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경찰 차량 40여대와 1000명 동원, 진입로 막아 #주민들 "마스크, 손소독제 준비 못해" 불안감 호소

진천 인재개발원에는 우선 150여 명의 우한 교민이 배치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날 오전 1000여 명 이상의 경력을 투입해 진입로 양쪽을 통제했다. 버스 40여 대를 442m 길이 진입로에 일렬로 세웠다. 또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구급차와 소방인력도 배치됐다.

인재개발원 앞 천막에는 오전 10시 현재 충북혁신도시 주민 50여 명이 나와 있었다. 한 주민은 “중국 우한 교민을 실은 수송 차량이 오는 시점에 맞춰 더 많은 주민이 거리로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한쪽에선 “차량 진입을 막아야 하는 것 아니냐”, “아이들에게 씌울 마스크와 손 소독제는 준비됐냐”는 등 후속 대책을 논의하는 모습도 보였다.

31일 오전 충북 진천군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 앞에 우한 교민 수용 반대 팻말이 놓여져 있다. 박현주 기자

31일 오전 충북 진천군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 앞에 우한 교민 수용 반대 팻말이 놓여져 있다. 박현주 기자

전날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을 만난 주민들은 “혁신도시 주민 안전 대책은 전혀 마련되지 않았다”며 수용 거부 의사를 나타냈다. 그러나 진천 인재개발원 수용을 사실상 막을 수 없게 되자, 주민 의견은 양분되는 분위기다. 한 주민은 “진천 인재개발원 수용을 저지할 수 없는 마당에 비상시를 대비한 생활용품이나 마스크·소독제 등을 정부가 제대로 지원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파트 단지별 방역대책이나 격리 수용자들과 접촉을 막을 수 있는 구체적 방안도 보건복지부 등에 제안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한 교민 수용을 반대하는 주민도 많다. 주부 손모(42)씨는 “혁신도시에 30~40대 젊은층이 많은데 정부가 격리 장소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사전에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것 같다”며 “인적이 드문 자연휴양림이나 민간인 출입이 적은 군부대도 있는데 왜 하필 어린이들이 많은 혁신도시를 선정했는지 답답하다”고 했다.

31일 오전 충북 진천군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 앞에서 주민들이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최종권 기자

31일 오전 충북 진천군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 앞에서 주민들이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최종권 기자

서형석 음성군 의원은 “지금 약국에 가도 마스크나 세정제가 다 품절 돼서 살 수 없는 상황”이라며 “최소한의 대비를 할 시간은 줘야 하는데 결정이 급하게 이뤄져 주민들이 더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천 주민들이 우한 교민 수용을 반대하면서 악화한 여론을 우려하는 주민도 있다. 농성 천막에서 만난 70대 여성은 “사람들이 진천 농산물 불매 운동을 한다고 하니 안타깝다. 우한 교민 수용을 무조건 반대하는 게 아니라 진천 사람도 국민인데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명확한 대책을 정부가 세워줘야 한다”고 말했다.

진천에는 이날 정오를 전후해 우한 교민 170여 명이 인재개발원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한다. 수용 교민들은 신종 코로나 잠복기인 14일 동안 특별한 증상이 없으면 보건교육을 받은 후 귀가할 수 있다.

진천=최종권·박현주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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