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문화회관서 공연 갖는 가수 이미자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열 아홉 살 데뷔 때처럼 가슴 떨려요. 눈물이 나오면 어떡하죠. 울면 노래가 안 되는데….』
「불세출의 가수」 엘레지의 여왕 이미자(49).
그녀가 가요생활 30년을 결산하는 기념 무대를 16일부터 사흘간 세종문화회관에서 갖는다.
59년 『열 아홉 순정』으로 데뷔, 64년 『동백 아가씨』로 한국가요계의 분수령을 이뤄냈던 그녀.
『동백 아가씨』는 당시로서는 기적일 수밖에 없는 1백만 장 이상의 LP판이 팔려 나갔었다.
그후 『기러기 아빠』 『흑산도 아가씨』 『섬 마을 선생님』『황포 돛대』『황혼의 블루스』 『울어라 열풍아』 『아씨』 『여자의 일생』등 처연한 음색과 구성진 가락에 실린 이미자의 노래는 60∼70년대 가난과 질곡을 헤쳐갔던 국민들의 가슴을 적셔주는 "한의 공감대"를 형성했었다.
『저는 노래로 나의 한을 삭여왔습니다.』 돌 무렵 아버지는 중풍으로 쓰러지고 두 살 때는 어머니와도 헤어져 구걸로 이어졌던 어린 시절. 첫 결혼에 실패, 어린 딸(가수 정재은) 과 지금껏 헤어져 살아야하는 슬픔.
여자로서는 감당키 힘든 혹독한 숙명을 이미자는 애절한 노래에 띄워 달랬고, 서민들은 그녀의 노래를 들으며 저마다의 사연에 겨워 눈물짓곤 했었다.
『무대에 선지 30년, 두 가지 원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65년 금지 곡으로 묶였던 「동백 아가씨」의 해금이었고 또 하나는 30년 기념공연을 세종문화회관에서 갖는 것이었습니다.』 그녀의 원대로 『동백 아가씨』도 풀렸고 공연도 갖게 되었으니 이제 가수로서의 여한은 없다고 말한다.
70년 김창수씨(52·KBS 방송위원)와 결혼해 낳은 고3짜리 막내아들 용민의 대입 뒷바라지가 요즘 그녀의 최대 낙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