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량 30여년분 탄광 인수 원금 건지고 돈 벌 일만 남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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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 광산을 운영하던 한국 업체들이 보따리를 꾸리던 2000년대 초반, 반대로 호주에 투자해 성공한 한국 기업이 있다. SK㈜와 대한광업진흥공사다. 이들은 2001년 시드니 서쪽으로 160㎞ 떨어진 스프링베일의 탄광 지분 50%를 각 25%씩 인수했다. 광산을 운영하던 국내 업체가 포기한 지분이었다. 나머지 50%는 호주 회사가 갖고 있다.

SK㈜ 석탄사업부 장동원 부장은 "스프링베일 탄광은 우리가 인수하기 전 인근 발전소에 석탄 공급 장기 계약을 맺고 있었다"며 "안정된 수요처가 있어 첨단 채굴 장비에 투자해 생산성을 높이면 큰 이익을 낼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5년 만에 투자 원금을 모두 회수했다. 476억원을 투자해 지금까지 518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지난해 순익은 188억원. 올 들어 석탄 값이 꾸준히 오르고 있어 이익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매장량(7600만t)도 넉넉해 2033년까지는 채굴할 수 있을 것으로 광진공 등은 보고 있다. 앞으로 30년 가까이 돈 벌 일만 남은 셈이다.

이달 초 들른 광산 입구엔 호주 국기와 함께 태극기가 나부끼고 있었다. 탄광 속 모습은 1970년대에 툭하면 국내 신문 머리기사를 장식한 '갱도 매몰 사고' 에서 보던 사진과는 확연히 달랐다. 폭 8m가량의 널찍한 갱도에선 대형 트럭이 오가며 인부와 장비를 실어날랐다. 막장에서는 지름 2m가 넘는 둥근 톱날을 단 기계가 석탄을 깎아내고 있었다. 시간당 1000t씩 쏟아지는 석탄은 곧바로 컨베이어벨트에 실려 외부 저탄장으로 옮겨졌다. 광진공 박명재 과장은 "막장에서 일하는 광원은 단 7명"이라며 "그런데도 지난해 국내 생산량과 맞먹는 300만t을 캐냈을 정도로 생산성이 높다"고 말했다.

물론 모든 투자가 이처럼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스프링베일의 경우 민간기업과 공기업이 합작해 투자의 덩치를 키우고 리스크를 줄인 것이 성공의 요인이다. 스프링베일의 성공에 힘입어 SK㈜와 광진공은 다른 호주 탄광에 투자하는 것은 물론 광물 탐사도 함께하고 있다.

◆ 특별취재팀 : 아프리카=권혁주 기자, 중남미=서경호 기자, 유럽.중앙아시아=심재우 기자, 캐나다=임미진 기자(이상 경제부문), 호주=조민근 기자(국제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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