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국 자립 위해선 기술 이전이 최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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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요즘 충남 천안에 있는 한국기술교육대학교에는 이슬람 전통복장인 차도르를 입은 여성들이 간혹 눈에 띈다. 터번을 쓰고 수염을 길게 기른 남성들도 제법 있다. 이라크 노동사회부 소속 직업훈련원 IT.자동차 교사들이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고국 이라크의 재건을 위해 우리나라의 뛰어난 기술 체득에 한창인 것이다.

이들을 지도하는 총책임자는 이 학교 개도국기술이전연구소장 최성주(50.사진) 기계정보공학부 교수. 그는 "전쟁과 기아로 고통받는 개발도상국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기술 이전"이라고 말한다.

최 교수가 개도국 지원에 나서게 된 것은 2004년 5월.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서 지원하는 아프가니스탄 공무원교육원 건립사업의 사전 타당성 조사 전문가로서 아프가니스탄의 참담한 실상을 직접 보았을 때였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카불시내를 둘러보며 공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감을 느꼈다. 귀국 후 "우리가 가진 것을 개도국과 나누자"며 학교 측에 건의, 지난해 1월 연구소를 만들었다. 연구소가 설립되자 최 교수의 개도국 기술이전 행보도 빨라졌다.

KOICA 입찰에 응모, 50만 달러의 모로코 지원사업을 따냈다. 모로코에 한국산 실습용 자동차와 엔진 등 실습장비를 지원하고 직업훈련원 연수생들을 한국에 초청해 교육하는 일이었다. 이집트에도 진출했다. 지원 규모는 180만 달러나 됐다. 실습장비 지원 외에 직업훈련원 교재개발과 취업관리까지 맡았다. 방글라데시와 이란에도 기술 전문가들을 파견했다. 특히 "이집트는 한국산 자동차가 신차 시장의 50%나 차지하는 곳이라 자동차 정비실습이 인기를 끌었으며, 우리 학교는 이집트 자동차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이집트 정부로부터 감사패도 받았다"고 그는 전했다.

정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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