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철 2차 檢소환···"김기현 수사 때 영장 청구해달라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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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하명수사ㆍ선거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박형철(52) 전 대통령비서실 반부패비서관을 두번째로 소환했다. 박 전 비서관이 울산지검을 통해 경찰 수사에 관여한 정황을 포착하면서다.

김기현 수사 당시 검찰 간부와 통화한 정황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뉴스1]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뉴스1]

 17일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김태은)는 지난 10일 박 전 비서관을 소환조사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주목한 건 박 전 비서관과 울산지검 고위 관계자와의 통화 내역이다. 지난해 울산 경찰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기현 전 울산시장 주변 비위를 수사할 당시 두 사람이 연락한 정황이 나왔기 때문이다. 검찰은 청와대가 김 전 시장 관련 첩보를 경찰에 넘긴 뒤 검찰 수사에 부당하게 개입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박 전 비서관에게 울산지검 고위 간부와 논의한 적이 있는지, 그 과정에서 청와대의 지시가 있었는지 등을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박 전 비서관으로부터 “울산지검 관계자에게 ‘경찰이 신청한 압수수색 영장을 반려하지 않고 청구해달라’고 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한다. 그가 울산지검에 연락하기 전 청와대 관계자의 요청을 받았다는 내용의 보도도 나왔다.

靑 지시 받고 경찰 수사 개입했나

박 전 비서관의 진술 내용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청와대의 하명 수사 의혹은 더욱 짙어진다. 자유한국당 소속인 김 전 시장을 겨냥한 경찰 수사는 2017년 10월 송철호 현 울산시장의 측근인 송병기 경제부시장이 청와대 인사에게 김 전 시장 측근 비위 첩보를 보내면서 시작됐다. 이 첩보는 이광철 민정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백원우 민정비서관,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을 거쳐 경찰로 하달됐다.

수사를 맡은 울산지방경찰청은 지방선거를 석 달 앞둔 2018년 3월 김 전 시장의 비서실장 박모(51)씨 관련 수사를 위해 울산시청 비서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같은 해 5월엔 박씨 등 사건 관련자 3명의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에서 기각됐다. 박씨는 지난해 3월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대대적인 경찰 수사 영향으로 김 전 시장은 낙선했고, 그 자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오랜 친구인 송철호 시장에게 돌아갔다. 검찰은 청와대가 송철호 시장을 당선시키기 위해 경찰 수사를 움직이려 했거나, 울산 시장 선거에 개입한 건 아닌지 살펴보고 있다.

2차 인사 물갈이 전 수사 속도 

박 전 비서관의 2차 소환은 검찰 ‘인사 학살’ 이틀만에 이루어졌다. 울산 선거개입 의혹 수사를 이끌던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과 박찬호 대검찰청 공공수사부장 등이 자리를 뜨고 나서다. 검찰 내에서는 청와대와 법무부가 검찰 지휘부와 수사팀을 와해시킬 위험이 있다고 보고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같은 날 검찰은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청와대가 협조하지 않아 실패했다.

설 연휴 전에는 수사 실무를 잡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차장ㆍ 부장급 검사들에 대한 대대적 물갈이가 예고된 상황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17일까지 대검찰청 각 부서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수사 진행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곧 윤 총장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대면해 수사 진행 상황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희대 후배인 이 지검장이 정권 수사에 대해 윤 총장과 이견을 보이거나 서로 충돌하는 상황이 생길 우려도 나온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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