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숨진 것 모른채···70대 치매 노모, 주검 옆서 홀로 생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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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증상이 있는 70대 노모를 모시고 살던 50대 남성이 집 안에서 부패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중앙포토·연합뉴스]

치매 증상이 있는 70대 노모를 모시고 살던 50대 남성이 집 안에서 부패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중앙포토·연합뉴스]

치매 증상이 있는 70대 어머니를 모시고 살던 50대 남성이 집 안에서 부패한 주검으로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10일 경기 용인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5일 오후 5시30분쯤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의 한 2층짜리 다세대주택 1층에서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 주검은 월세가 두 달가량 밀린 것을 이상하게 여긴 집주인이 집을 찾으면서 발견됐다. 집주인은 즉각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시신의 부패 정도로 미뤄 이 남성은 꽤 오래전에 숨진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함께 살던 어머니는 치매 때문에 아들이 숨졌다는 사실도 모르고 시신이 있는 집에서 홀로 생활을 이어온 것으로 조사됐다.

발견 당시 시신은 오랫동안 방치돼 부패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외상 등 타살 혐의점이나 극단적 선택을 의심할만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

A씨는 이곳에서 치매 어머니를 모시고 단둘이서 생활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A씨가 지병으로 사망했을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사망 시점은 지난해 11월 초 집 인근 슈퍼마켓에서 신용카드를 마지막으로 사용한 점을 미뤄 그 이후인 것으로 내다봤다.

A씨 어머니에게 건강상의 큰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으나, 장시간 홀로 지내며 식사를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해 쇠약해진 상태라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홀로 남은 A씨의 어머니를 인근 요양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도록 했다”며 “A씨의 사인을 규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시신의 부검을 의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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