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추기경 쓴소리 왜 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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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84) 추기경이 26일 현 정부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 일행을 만난 자리에서다. 한나라당에 따르면 김 추기경은 한.미관계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에 우려를 표시했고, 정권교체에 무게를 둔 발언도 했다. 노 대통령의 미국 관련 발언은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고 못을 박았다. 올 2월 정진석 추기경이 탄생하며 한국 천주교의 최고 지위에서 한 발 물러나 공식 대외활동을 자제하던 김 추기경이 오랜만에 현실정치에 대해 입을 연 것이다.

천주교 일각에선 "의외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소장 신부는 "현재 한국 천주교는 정 추기경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그간 말을 아껴왔던 김 추기경이 현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한 건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반면 현 시국에 대한 김 추기경의 우려가 자연스럽게 표출됐다는 해석도 있다. 그가 수도 이전을 비롯해 신문법.사립학교법.국가보안법의 개정이나 폐지 등 정부.여당이 추진한 이른바 4대 개혁법안에 줄곧 비판적 입장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김 추기경은 2002년 12월 대선 직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축하는 (노무현) 당선자에게 할 것이 아니라 5년 후 퇴임자에게 할 수 있어야 해요. 젊은이들의 인기를 얻었으면 이제 젊은이들을 실망시키지는 말아야 할 텐데…"라고 당부했었다. 또 2004년 한 인터뷰에선 "(대통령은) 자기 신념대로만 끌고 가니까 극과 극으로 분열되고 끝내 북한까지 개입한다면 우리 모두가 시련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을 때때로 염려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천주교주교회의 사무국장인 최원오 신부도 "한나라당이 자기들에게 유리한 부분만 언론에 공개한 것은 사회 원로에 대한 예의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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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천주교 추기경

1922년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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