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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빈이 닦은 트랙 위로 동료들이 질주했다

중앙일보

입력

윤성빈이 부진을 털고 시전 첫 월드컵 금메달을 땄다. [연합뉴스]

윤성빈이 부진을 털고 시전 첫 월드컵 금메달을 땄다. [연합뉴스]

 '아이언맨' 윤성빈(26·강원도청)이 부진을 털고 시즌 첫 월드컵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윤성빈 올 시즌 첫 월드컵 금메달 #김지수 6위-정승기 9위 전원 톱10

윤성빈은 5일(한국시각) 독일 빈터베르크에서 열린 2019~20시즌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IBSF) 월드컵 3차 대회 남자 스켈레톤에서 1·2차 시기 합계 1분52초95로 우승했다. 시즌 첫 우승이다. 2018 평창겨울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윤성빈은 앞서 출전한 두 대회에서 노메달로 부진했다. 지난달 1·2차 대회에서 각각 7위, 6위에 그쳤다. 윤성빈의 월드컵 랭킹은 6위에서 4위로 두 계단 올라갔다.

스켈레톤은 선수들은 머리를 앞으로 향한 상태로 엎드린 채 경사진 얼음 트랙을 질주하는 썰매 종목이다. 최고 스피드가 시속 120~130㎞로 순위를 가리기 위해 100분의 1초까지 측정한다. 윤성빈은 "시즌 초반에는 부진했는데 경기 감각이 좋아지면서 (이번 대회에선) 금메달을 땄다. 현재 경기력을 유지해서 다음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 거둬겠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이용 감독, 윤성빈, 김지수(왼쪽부터). [연합뉴스]

이용 감독, 윤성빈, 김지수(왼쪽부터). [연합뉴스]

이번 대회에선 윤성빈의 부활 만큼이나 대표팀 동료들의 약진이 주목받았다. 김지수(26·강원도청)는 1분53초49로 6위, 정승기(21·가톨릭관동대)는 1분53초80으로 9위에 올랐다. 두 선수 모두 시즌 최고 기록이다. 한국은 사상 처음으로 세 선수가 월드컵 대회 '톱10'에 드는 쾌거를 달성했다. 김지수(9위)는 평창 겨울올림픽 '깜짝 6위'의 주인공이다. 그동안 동갑내기 윤성빈의 그늘에 가렸지만, 최근 각종 국제대회에서 꾸준히 선전하며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IBSF 홈페이지는 김지수의 활약을 집중 조명하며 "1차 시기에서 2위에 오르는 이변을 연출한 선수로 이번 대회에서 개인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다"고 소개했다. '대표팀 막내' 정승기(11위)는 평창 올림픽 개회식 당시 한국 겨울스포츠의 미래로 선정돼 오륜기를 들고 입장한 유망주다. 그는 윤성빈의 활약을 보며 스켈레톤을 시작했다. 지난 시즌에는 월드컵과 그보다 한 단계 아래 되회인 대륙간컵을 오가며 맹활약했는데, 실력이 빠른 속도로 늘어 윤성빈의 뒤를 이을 '차세대 아이언맨'으로 불린다.

정승기(왼쪽)는 '차세대 윤성빈'으로 불린다. [EPA=연합뉴스]

정승기(왼쪽)는 '차세대 윤성빈'으로 불린다. [EPA=연합뉴스]

한국 스켈레톤의 급성장 비결은 대표팀 이원화 운영 덕분이다.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은 2016~17시즌부터 월드컵에 나설 대표팀과 그보다 한 단계 낮은 대회엔 대륙간컵·북아메리카컵에 출전할 후배양성팀(상비군)으로 분리해 대회 출전했다. 다른 종목에선 예산 문제와 효율성을 이유로 1진이 아닌 상비군 선수들에겐 많은 대회 출전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이강민 연맹 사무처장은 "윤성빈의 국제 경쟁력을 확인한 시즌을 기점으로 연맹 차원에서 신예 양성에 많은 노력을 했다. 지난 시즌 월드컵 참가자 윤성빈과 별개로 김지수와 정승기를 상비군으로 둔 게 대표적"이라며 "세계 정상급 실력이 아니더라도 눈높이에 맞는 대회에 출전시켜 자신감을 쌓게 했다. 덕분에 이들은 올 시즌 윤성빈과 나란히 최고 권위 대회에서 뛰는 선수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윤성빈의 존재감도 무시 못한다. 이미 세계 정상을 경험한 윤성빈은 틈틈이 동료들에게 그 비결을 전수하고 있다. 이 부분은 시간이 흐를수록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김지수와 정승기의 활약은 월드컵에서 꾸준한 기량을 보이는 윤성빈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둘은 경쟁자가 필요한 윤성빈에게도 좋은 자극제가 될 전망이다. 2년 뒤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메달 전망도 밝아졌다. 사무처장은 "올 시즌 세 선수가 대회마다 꾸준히 톱10을 유지한다면, 다음 시즌에는 셋이 톱6 진입에 도전할 것"이라면서 "계획대로 페이스를 유지하며 경험을 쌓는다면, 최종 목표인 베이징 겨울올림픽에선 (윤성빈 외에도) 여러 개의 메달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독일에서 월드컵 3차 대회를 성공적으로 마친 스켈레톤 대표팀은 프랑스 라플랑으로 이동해 10일 4차 대회에서 재차 금빛 레이스에 도전한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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