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또 文비난 "주제넘게 중재자 설쳐대는 입방아 그만 찧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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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9월 19일 오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평양공동선언문에 서명한 후 합의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9월 19일 오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평양공동선언문에 서명한 후 합의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뉴스1]

북한이 새해 들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비난을 재개했다. 북한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6일 ‘진실은 가리울 수 없는 법’이란 제목의 논평에서 문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기고한 ‘무수한 행동들이 만들어내는 평화-한반도 평화구상’을 깎아내렸다.

우리민족끼리 "철면피…아전인수 궤변" #대외선전매체 통해 비난, 나름 수위조절

매체는 문 대통령을 ‘남조선 청와대의 현 당국자’라고 지칭하면서 “어처구니없는 것은 남조선 당국자가 조선반도에서의 대화·평화 흐름을 마치 저들이 주도하기라도 하는 듯이 자화자찬하면서 철면피하게 놀아댄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남조선 당국은 아전인수 격의 궤변을 늘어놓을 것이 아니라 현실을 똑바로 보고 창피스러운 입방아를 그만 찧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우리민족끼리’는 지난해 12월 23일에도 “남조선 당국이 또다시 조미(북·미) 사이의 중재자로 나서보려고 주제넘게 설쳐대고 있다”며 “그야말로 푼수매련없는(형편없는) 처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꼬았다. 당시 문 대통령은 방중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북·미 대화 불씨를 살리기 위한 행보를 이어가던 차였다. ‘우리민족끼리’는 이후 17일 만에 문 대통령에 대한 비난을 재개한 것이다.

다른 선전매체 ‘메아리’도 6일 ‘혹 과대망상증에 걸린 것은 아닌지’란 제목의 개인필명 글에서 문 대통령 비난에 가세했다. 메아리는 “2019년 남측은 북·미 사이에서 무슨 중재자 역할을 표방하며 이리저리 뛰어다녔지만 결국 미국만 의식하면서 북·미 관계의 결과를 기다리는 수준에 그치고 말았다”며 “한·미동맹의 틀에 자기를 스스로 가둬놓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북한은 문 대통령에 대한 실명 비난은 하지 않았고, 노동신문 등 관영 매체가 아닌 대외선전 매체를 통해서만 주로 문 대통령을 비난하며 나름 수위 조절을 하고 있다.

2018년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손을 잡고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18년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손을 잡고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북한 당국 차원에서 문 대통령을 비난한 건 대남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를 언급한 게 마지막이다. 당시 조평통 대변인은 담화에서 문 대통령이 밝힌 남북협력을 통한 ‘평화경제’ 실현 구상과 관련,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할 노릇”이라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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