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먹은 코리안 삼형제 … WBC 후유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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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승률 제로. 일곱 번 선발등판해 한 번도 못 이겼다.

후반기 들어 박찬호(샌디에이고 파드리스)-서재응(탬파베이 데블레이스)-김병현(콜로라도 로키스)으로 이어지는 '코리안 메이저리거 선발 3인방'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올스타 휴식기 이후 3인방이 출격한 7경기에서 6패만 기록했다. 25일(한국시간)에는 서재응이 LA 에인절스를 상대로 선발 마운드에 올랐지만 연패를 끊지 못했다. 5이닝 동안 8안타 6실점. 승운이 따라주지 않은 게 아니고 구위 자체가 신통치 못했다. 특유의 칼날 같던 제구력은 사라지고 위력없는 변화구로만 승부하다 무너졌다. 이날 탬파베이는 4-8로 졌고 서재응은 패전투수가 됐다. 5월 23일 김병현과의 선발 맞대결에서 시즌 2승째를 거둔 이후 두 달 넘게 1승도 올리지 못하고 7연패. 시즌 성적은 2승9패, 평균자책점 5.96이 됐다. 지난해 8승2패, 평균자책점 2.59를 기록했던 투수라고는 보기 힘든 부진이다.

24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 등판했던 김병현도 거듭된 부진에 울고 있다. 7월 들어 네 번 선발로 나와 승리없이 2패만 기록 중이다. 그 네 번 가운데 한 번은 7이닝을 넘기며 잘 던지고도 승운이 따라주지 않아 패전투수가 됐지만 나머지 세 번은 모두 5회도 넘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시즌 성적은 5승6패가 됐고 6월까지 4.50이던 평균자책점은 5.30까지 올라갔다.

박찬호도 후반기 들어 2연패의 부진에 빠져있다. 6월 한 달 동안 3승1패로 잘 던져 평균자책점을 4.32까지 유지했지만 어느새 6승6패, 평균자책점 4.64가 됐다.

이종률 xports 해설위원은 "서재응은 제구력, 김병현은 경기 운영, 박찬호는 스피드가 초반에 비해 떨어져 있다. 시즌에 앞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참가해 전력투구했기 때문에 여름에 그 후유증을 겪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세 선수 모두 자신의 단점을 잘 알고, 그걸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선수들이라 부진이 더 이상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선발투수가 승률 5할을 밑돌거나 평균자책점이 5점대라면 그건 자격미달이다. 팀을 옮긴 서재응, 올해로 계약이 만료되는 김병현, 박찬호 모두 선발투수로서의 롱런을 위해서는 5할 이상의 승률과 4점대 평균자책점 유지가 필수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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