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비정규직 전환, 누가 부담질 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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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당정이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가운데 상시업무 종사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30여만 명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가운데 약 10만 명이 전환 대상이라는 게 노동부의 추산이다. 이 정부 들어 '큰 정부'를 고집하는 바람에 공무원이 2만3000명 늘었는데 이번에는 단박에 10만 명이나 불어나게 생겼다.

정규직의 70% 선인 비정규직 임금을 끌어올리고 고용을 보장하는 등 기존 공무원에 준하는 처우를 한다는 게 당정의 구상인 것 같다. 형편만 닿는다면 열악한 조건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데 마다할 사람이 있겠는가.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당장 걱정되는 게 돈 문제다. 당정은 이번 조치로 매년 약 2000억원의 예산이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이 정도의 예산으로 해결될지 의문이다. 설령 맞다 해도 해마다 임금이 오르면서 부담이 계속 늘어난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이 정부 들어 공무원 인건비가 이미 5조원이나 증가했는데 또 늘어나는 것이다. 죄다 국민 세금으로 대야 하는 돈이다.

공무원 연금 대상도 자동적으로 10만 명 늘어나는 셈이다. 그렇지 않아도 공무원 연금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 지금처럼 '적게 내고 많이 타는' 가입자가 늘면 적자가 더 커질 게 뻔하다. 이 역시 세금으로 메워야 할 구멍이다. 공공부문의 철밥통 문화가 한층 강화되고 비정규직 문제로 고민하는 민간부문에도 압력으로 작용할 게 틀림없다. 노사 갈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 들린다.

이런 모든 것을 포함해 실제 부담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따져보는 게 먼저다. 국민에 추가 부담을 주더라도 이번 조치를 해야겠다면 기존 공무원부터 허리띠를 졸라매고, 연금도 개혁하는 성의 표시를 해야 한다. 그게 꼬박꼬박 세금 내는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정규직 전환 대상을 선별하는 기준이 분명하고, 엄격해야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생색은 정부가 내고, 설거지는 국민이 하는 일은 이제 제발 그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