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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결혼' 중 리춘핑 자서전 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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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돈 많은 외국인의 눈에 들기 위해 호텔 로비를 서성거리던 백수 청년에서 미국 할리우드 원로 여배우의 낭군, 다시 중국 최대 자선사업가로.

올해 57세인 리춘핑(李春平.사진)의 약력이다. 인생은 돌고 돈다고 하지만 이토록 극적인 변신은 드물다. 그래서 요즘 이 남자의 얘기가 13억 중국인들 사이에서 가장 큰 화제다. 그의 인생유전을 담은 책은 베스트셀러 목록 상단을 차지하고 있다.

1979년 30세의 젊은 리춘핑은 돈벌이를 궁리하며 외국인이 드나드는 베이징호텔 로비를 서성거렸다. 당시 이 호텔은 내국인의 출입이 쉽지 않을 정도로 고급스러운 빌딩이었다. 친구에게 빌린 돈으로 양복과 구두를 샀지만 이런 호화 호텔은 낯설 수밖에 없었다.

커피숍에 멍하게 앉아 있던 그에게 미국인 귀부인이 다가왔다. 그리고 그의 운명이 바뀌었다. 이 귀부인은 그에게 "꿈을 꿨는데 누군가 '당신의 짝은 중국에 있다'고 말해 찾고 있는 중"이라고 말을 건넸다. 그리고 둘은 바로 연인 사이가 됐다. 그는 80년 리사(가명)라고 불리는 60대의 이 귀부인이 '모자(母子) 관계'라고 적어 보내준 초청장을 들고 비자를 받은 뒤 미국으로 향했고, 그녀의 젊은 낭군이 됐다.

리춘핑은 91년 리사가 사망하자 유산의 90%를 상속받았다. 정확한 액수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수억 달러는 될 것이라고 중국 언론들은 전했다. 특이한 것은 상속 조건. 그녀의 사후에도 재혼하지 않고, 그녀의 진짜 이름과 신분.사진 등을 절대 공개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 이 약속을 잘 지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인이 사망한 그해 중국으로 돌아온 그는 지금까지 5000만 위안(약 60억원)을 자선기금으로 기부해 개인으로는 중국 최대의 자선가로 손꼽히고 있다. 500평짜리 아파트에 살며 롤스로이스 등 4대의 최고급 승용차를 굴리는 그의 생활은 거부의 그것이다. 중국 언론들은 그에게 유산을 물려준 미국 여배우의 정체를 알아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는 단지 "그녀는 두 번의 이혼을 거치면서 거액의 자산을 모았고, 젊었을 때의 소장품으로 또 큰 부를 축적했다"고만 밝히고 있다. 그의 인생역정을 들은 중국 사람들은 부러움과 함께 "청춘을 팔아먹은 사람"이라는 비난도 보내고 있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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