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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지는 류현진 계약...위기인가 기회인가

중앙일보

입력

위기인가. 기회인가.

콜, 스트라스버그 계약 끝난 건 유리 #에인절스, 화이트삭스 투수 영입해도 #에이스급 류현진과 수요 겹치지 않아 #수요층은 최소 4개...장기전도 유리

류현진과 아내 배지현씨가 11월 입국했다. 당시 류현진은 "계약은 에이전트에게 다 맡겼다"고 말했다. 김민규 기자

류현진과 아내 배지현씨가 11월 입국했다. 당시 류현진은 "계약은 에이전트에게 다 맡겼다"고 말했다. 김민규 기자

메이저리그 자유계약선수(FA) 류현진(32)의 계약이 해를 넘길 전망이다. 그리 이상할 건 없다. 메이저리그 구단은 30개나 된다. 선수의 선택지가 넓고, 구단도 마찬가지다. 그 복잡한 방정식을 풀다 보면 이듬해 1월, 혹은 2월에도 빅딜이 이뤄진다.

올해 양상은 조금 다르다. 지난 10일 스티븐 스트라스버그(31)가 워싱턴 내셔널스와 7년 2억 4500만 달러(2850억원)에 계약했다. 이어 11일에는 게릿 콜(29)이 뉴욕 양키스와 9년간 3억 2400만 달러(3770억원)에 계약했다. FA 투수 계약 역대 1·2위가 이틀 만에 나온 것이다. 둘의 에이전트는 류현진과 같은 스콧 보라스(67)다.

류현진이 참고할 또 하나의 사례는 지난 18일 매디슨 범가너(30)가 애리조나와 5년 8500만 달러(900억원)에 계약한 것이다. 범가너는 2014년 내셔널리그 최우수선수(MVP)와 월드시리즈 MVP를 차지했다. 나이도 류현진보다 두 살이나 젊지만 2017년 오토바이 사고로 어깨를 다친 뒤 구위가 떨어졌다.

올 시즌 성적은 범가너(9승9패 평균자책점 3.90)보다 류현진(14승5패 평균자책점 2.32)이 훨씬 좋다. 대신 범가너는 젊고 이름값이 높다. 이런 이유로 류현진과 범가너가 비슷한 계약을 할 거라는 예상이 많았다.

범가너의 평균 연봉이 1700만 달러. 캘리포니아주보다 세금이 낮은 애리조나주의 이점을 감안하면 나쁜 선택은 아니다. 그러나 연평균 2000만 달러 이하의 계약이 류현진 계약이 기준선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류현진과 보라스는 연 2000만 달러 이상, 최대 2500만 달러의 계약을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 4년 계약이라면 8000만~1억 달러다.

이 와중에 중소형 투수들의 계약도 이어지고 있다. LA 에인절스가 20일 오른손 투수 훌리오 테헤란(28)과 1년 900만달러 계약에 합의했다. 앞서 에인절스는 오른손 투수 딜런 번디도 영입했다. 10승 언저리의 투수 두 명과 부상에서 회복 중인 오타니 쇼헤이가 선발진을 구성한다. 시카고 화이트삭스도 왼손 투수 지오 곤잘레스와 계약했다.

메이저리그 전문가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다른 선수들의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고 해서 류현진이 불리하다고 볼 수 없다. 오히려 콜과 스트라스버그의 계약이 해를 넘기지 않아 남은 기간 류현진을 두고 여러 팀이 경쟁하는 구도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류현진의 수요층은 에이스급 선발을 원하는 팀이다. 시장에서는 류현진이 거의 유일한 매물로 남았다. 불리할 게 없는 상황이다. [연합뉴스]

류현진의 수요층은 에이스급 선발을 원하는 팀이다. 시장에서는 류현진이 거의 유일한 매물로 남았다. 불리할 게 없는 상황이다. [연합뉴스]

송 위원 말대로 류현진이 경쟁력과 시장성을 갖고 있는 이상, 현 구도가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에인절스와 화이트삭스, 미네소타와 토론토가 류현진을 영입할 후보로 꼽히고 있다. 류현진의 원 소속팀 LA 다저스는 마지막 카드쯤 될 것이다.

이 팀들이 3~4선발급 투수를 영입하더라도 류현진 계약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 5개 팀 가운데 다저스를 제외하면 1~2선발 보강이 절실한 구단이다. 이들이 류현진의 수요자들이다.

에인절스는 콜과 꽤 진지한 협상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류현진과의 계약 가능성이 처음부터 거론됐던 곳이기도 하다. LA 타임스는 20일 '에인절스가 류현진, 댈러스 카이클의 에이전트와 수차례 대화를 나눴다. 계약이 임박한 건 아니다'라고 썼다.

여러 가지 이유로 류현진의 협상은 장기전이 되고 있다. 위기감을 느낄 단계는 아니다. 백화점 럭셔리 매장에서 콜과 스트라스버그가 아주 비싸게 팔렸다. 범가너는 백화점 가격의 바닥을 다졌다. 여기서 류현진은 거의 유일한 매물로 남았다. 에이스급 투수를 수요자는 최소 4개 이상이다.

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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