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미문의 재판을 하고 계신다."(정경심 공판 검사)
19일 오전 조국 전 법무부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재판이 열린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부에서 재판장과 검사, 검사와 정 교수의 변호인단 사이에 설전과 고성이 오갔다.
판사 "앉아라" 검사 "이의있다"
고형곤 부장검사 등 재판에 참석한 검사들은 재판장인 송인권 부장판사(연수원 25기)에게 "전대미문의 재판을 하고 있다""재판부가 예단을 갖고 불공정한 진행을 하고 있다""재판 진행이 편파적이다"며 수차례 이의제기를 했다.
이에 재판장인 송 부장판사가 "발언을 허가하지 않았다""검사는 앉으라"며 검사들을 제지했지만 검사들은 두 명이 동시에 일어나거나, 한명씩 번갈아 일어나 이의제기를 하며 재판장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사 이름도 물은 재판장
이에 재판장이 불쾌하다는 듯 찌푸린 얼굴로 "검사 이름이 무엇이냐"고 묻고 검사가 "000검사다"라고 답하는 경우도 있었다.
방청석에 있던 정 교수의 지지자들은 "(검사는) 앉으라"며 소리를 쳤고 정 교수의 변호인은 검사들을 노려보기까지 했다.
아래는 오늘 재판의 한 장면
오늘 정경심 재판의 한 장면
검사(이하 검)=저희가 제출한 의견서에 대해 입장 밝힐 기회 달라(의견서엔 불공정한 재판에 대한 우려 담김)
재판장(이하 재)=앞서 그 내용에 대해 돌아보겠다고 했다.
검=의견도 듣지 않으시는 것은 부당하다
재=검사 앉아달라
검=납득 어렵다
재=검사 앉아달라
또다른 검=정당한 요청이다
재=앉아달라, 제가 몇번 애기했어요. 앉으세요.
방청객=앉어라!
또다른 검=편파적인 진행에 대한 정식 이의 제기하겠다
재=검사 이름 무엇이냐
검=000 검사다
이날 검찰은 지난 10일 송 부장판사가 정 교수의 동양대 표창장 위조 혐의(사문서위조죄)와 관련해 검찰의 공소장 변경 요청을 불허한 것, 송 부장판사가 지난 10일 재판에서 검사 퇴정과 정 교수의 보석 가능성을 언급하며 재판 결과의 예단을 드러낸 것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려 했다.
검찰이 지난 이틀에 걸쳐 재판부에 제출한 10개의 의견서 요지를 방청객과 언론 앞에서 직접 읽으려 한 것이다.
재판장 "되돌아보겠지만 발언권은 x"
송 부장판사는 재판을 시작하며 "검찰의 의견서를 읽었고 재판의 중립에 대해 다시 되돌아볼 것"이라 수용하는 듯한 자세를 취했지만 검사의 발언권은 허가하지 않았다. 이에 검찰 측에서 강력히 반발하며 재판장을 치받은 것이다.
이날 검찰은 재판부뿐 아니라 정 교수의 변호인단과도 설전을 벌였다. '면전''비난''충격''통탄'등의 단어가 오갔다.
재판장은 검사의 발언권을 허가하지 않으며 변호인의 변론을 허가했고 검사들은 "(변호인이) 명백한 허위사실을 주장하고 있다"며 강력 반발했다.
검찰과 변호인 설전
이날 검찰과 정 교수의 변호인은 특히 정 교수의 수사기록 열람등사 지연 문제를 놓고 충돌했다. 검찰은 변호인단이 보석 가능성을 기대하며 수사기록 복사에 협조하지 않으며 지연 전략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 교수의 변호인단은 반발하며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묵비권 행사로 인한 증거인멸 가능성을 제시하며 피고인의 권리인 묵비권 행사를 위법 행위처럼 몰아간다"고 반박했다.
檢 "면전서 이런 비난 받은적 없다"
정 교수의 변호인은 또 재판부에 대한 검찰의 이의제기에 대해 "30년 동안 재판에 참석하며 이런 경우를 본적이 없다""검사들은 재판장의 발언권을 얻어 말하라"며 검찰을 비판했다. 재판 뒤에는 "검사들의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고도 했다.
하지만 검찰도 물러서지 않으며 "변호인은 재판부에 의견 밝힐 기회를 얻은 것이지 저희를 비난하라고 발언권을 얻었냐"며 "면전에서 (검찰을 비난하는) 이런 경우는 본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검찰과 재판부의 신뢰 깨졌다
검찰은 재판 종료를 앞두고 "재판 진행에 원활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공정하게 진행되길 바라는 말한 것인데 받아들여지지 않아 안타깝게 생각한다. 추후에 마찰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송 부장판사는 이에 대해선 별도의 언급을 하진 않았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검찰과 재판부간의 신뢰가 완전히 깨진 것 같다"며 "매우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 향후 재판도 난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태인·백희연 기자 park.tae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