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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에서 도입한 멸종위기 소똥구리 200마리, 소똥 아닌 말똥으로 복원?

중앙일보

입력

경단 굴리는 소똥구리. [사진 국립생태원]

경단 굴리는 소똥구리. [사진 국립생태원]

멸종위기 야생동물Ⅱ급이자 1971년 이후 국내에서 공식적인 발견 기록이 없는 소똥구리. 생태계의 대표적 분해자로 알려진 이 소똥구리 증식·복원에 소똥이 아닌 말똥이 사용된다. 소똥구리는 가축의 분변을 빨리 분해해 생태계 순환을 돕고, 분변으로 인한 온실가스를 감소시킨다. 또한 분변 내 해충과 유해 세균의 증식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한국마사회와 국립생태원 최근 협약 맺고 #퇴역 경주마를 소똥구리 복원에 활용키로 #소똥구리는 축산업 변화로 70년대 멸종 #지난 여름 도입한 몽골 소똥구리 동면중 #내년 깨어나면 깨끗한 퇴역마 분변 공급

한국 마사회 부산경남본부(본부장 정형석)와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 복원센터(센터장 최기형)는 최근 소똥구리 복원 사업에 은퇴한 경주마를 활용하기로 협약했다. 협약식에는 정형석 부경본부장, 최기형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 복원센터장 등 10여명이 참석했다.

마사회는 내년 3월 심각한 부상으로 경주마로서의 활동이 불가능한 퇴역 경주마 1마리를 국립생태원에 우선 기증하고, 필요할 경우 기증을 더 늘릴 계획이다. 마사회에 따르면 국내에선 연간 경주마 3000여 마리가 활동하지만, 이 가운데 연평균 1400여 마리가 퇴역한다. 이 중 약 35% 정도만 승용마로 활용되고 나머지는 안락사 처리된다. 경주마는 6~7세면 경주마 역할이 끝나지만 25세까지 살 수 있어 마주 등이 퇴역마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똥구리 복원에 퇴역 경주마를 활용하기로 협약한 한국마사회 부산경남본부와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 복원센터. [사진 한국마사회]

소똥구리 복원에 퇴역 경주마를 활용하기로 협약한 한국마사회 부산경남본부와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 복원센터. [사진 한국마사회]

주로 소 배설물을 먹는 곤충으로 알려진 소똥구리 복원에 왜 퇴역 경주마의 말똥이 이용될까.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소똥구리는 말똥을 소똥만큼 잘 먹는다고 한다. 소와 말 같은 대형 초식동물의 분변을 먹이로 사용하면서 소똥구리 8~9마리가 일주일에 말똥 등을 1~2㎏까지 먹는다고 한다.

하지만 1970년 이전까지 쉽게 볼 수 있었던 소똥구리는 소·말 방목이 감소하고 구충제·항생제 사용, 인공사료 보급 등 축산업 변화 때문에 멸종했다. 소똥구리와 유사하게 생긴 ‘애기뿔소똥구리’‘보라금풍뎅이’ 등이 국내에서 발견될 뿐이다.

장금희 멸종위기종 복원센터 박사는 “소똥구리는 친환경적인 풀만 먹은 소와 말이 싼 분변을 먹고 사는데, 그런 소와 말이 없어 기증받은 퇴역마에게 친환경 풀만 먹여 소똥구리 복원에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와 말에게 인공사료를 먹이면 분변이 묽어서 소똥구리가 분변을 굴려 동그란 경단을 만들 수 없고, 그 속에 알을 낳아 번식할 수 없다. 소똥구리는 경단 속에 알을 낳고 번식한다.

소똥구리 성체. [사진 국립생태원]

소똥구리 성체. [사진 국립생태원]

국립생태원이 지난 7~8월 몽골에서 도입한 소똥구리 200마리는 지난 11월부터 동면에 들어갔다. 내년 4~5월 깨어난다. 이때를 대비해 퇴역 경주마 1마리에게 친환경적인 풀만 먹여 소똥구리에게 분변을 제공한다는 게 복원센터 계획이다. 소똥구리 수명은 2년 정도여서 동면에서 깨어나는 소똥구리는 도입한 200마리보다 적을 수 있다.

정형석 마사회 부경본부장은 “이번 협약은 두 기관이 경주마 복지와 멸종위기종 복원에 상생 협력하는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기형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 복원센터장은 “퇴역 경주마를 활용한 소똥구리 복원사업은 환경정화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향후 자연환경 보전정책 수립에 일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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