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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로 간 현대차… 눈여겨 봐야 할 세 가지 이유

중앙일보

입력

지난 4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방콕 오토살롱'에서 관람객이 일본 도요타의 캠리 승용차를 살펴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4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방콕 오토살롱'에서 관람객이 일본 도요타의 캠리 승용차를 살펴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기회의 땅이거나, 호랑이 굴이거나.’

현대자동차그룹이 16번째 해외 생산기지가 될 인도네시아 완성차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최대 가동을 할 경우 현대차그룹의 완성차 생산능력은 연간 950만대 수준까지 늘어난다. 올해 글로벌 판매목표는 760만대. 하지만 실제 판매는 730만대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200만대 넘게 ‘과잉생산’ 상태인 현대차그룹이 동남아 진출을 결정한 이유는 뭘까. 동남아 자동차 시장을 둘러싼 세가지 관전 포인트를 소개한다.

동남아 경기하락 심상찮다 동남아 완성차 공장은 이미 40년 동안 일본계 브랜드가 장악하고 있다. 도요타가 50% 가까운 시장점유율을 기록 중이며 혼다·미쓰비시·닛산 등의 합계 시장점유율이 80%에 육박한다. 하지만 올해 인도네시아 자동차 시장은 12%나 판매가 줄었다. 태국도 두 자릿수 판매 감소를 기록 중이다.

지난 4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인도네시아 국제모터쇼에 출품된 중국산 자동차들. [AFP=연합뉴스]

지난 4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인도네시아 국제모터쇼에 출품된 중국산 자동차들. [AFP=연합뉴스]

경기하락의 이유는 한국과 비슷하다. 미·중 무역분쟁과 세계경기 하락으로 동남아 지역의 주요 수출품인 천연자원(고무·원유) 등의 수출이 줄어서다. 경기가 하락하면서 소비가 줄었고 자동차 판매도 직격탄을 맞았다.

역내 ‘자동차 강자’인 일본 브랜드는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판매목표를 하향 조정했다. 닛산은 내년 1월 인도네시아 2공장의 가동을 중단하고, 르노·닛산·미쓰비시 연합의 일원인 미쓰비시에 대한 파워트레인 공급에 주력할 예정이다.

중국 전기차가 온다 공급과잉을 겪고 있는 동남아 시장에서 또 다른 변수는 중국 차의 진출이다. 상하이기차(上海汽車)는 태국 최대 기업인 차로엔 폭판드 그룹과 합작해 동남아 시장에 전기차를 판매하기로 했다.

세계 자동차 시장신흥시장 성장하고 북미·한국·일본은 줄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세계 자동차 시장신흥시장 성장하고 북미·한국·일본은 줄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합작회사는 영국 자동차 회사였던 ‘MG’ 브랜드를 되살릴 것으로 알려졌다. MG는 원래 영국 로버그룹(현 재규어랜드로버, 미니의 전신) 소유 브랜드였지만 2000년 BMW가 매각하면서 MG로버가 됐다가 중국 난징기차가 브랜드 사용권을 인수했다. 2007년 다시 상하이기차가 난징기차를 인수하면서 현재는 상하기기차가 브랜드 사용 권리를 갖고 있다.

이들이 출시할 전기차는 태국 돈으로 119만바트(약 4680만원)에서 시작하는데 비슷한 성능의 일본 전기차(닛산 리프)와 비교하면 40%가량 싸다. 전기차의 실제 구매가격은 정부 보조금에 좌우되긴 하지만 싼 값을 무기로 중국산 전기차가 들어오면 다른 브랜드의 경쟁력은 악화할 수 밖에 없다.

그랩은 동남아 최대의 차량호출기업으로 떠올랐다. [중앙포토]

그랩은 동남아 최대의 차량호출기업으로 떠올랐다. [중앙포토]

그럼에도 기회는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동남아 시장을 앞다퉈 진출하는 건 시장 성장 여력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자동차 전문 컨설팅 업체인 알릭스파트너스는 현재 세계 자동차 시장 성장률에서 9%가량을 차지하는 동남아 시장이 2026년까지 35%로 비중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단일시장 규모로 세계 최대인 모빌리티 시장도 자동차 회사들이 동남아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인도네시아 차량호출(카 헤이링) 기업 그랩은 이미 ‘유니콘’을 넘어 동남아 시장 전체의 모빌리티를 좌우하고 있다. 앞으로 개인대상 차량 판매는 줄겠지만 차량호출 기업, 택시, 렌터카 등 ‘플릿(fleet·선단)’ 단위 판매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대비 낮은 자동차 보급률, 모빌리티 시장의 급성장 속에 현대차그룹은 주사위를 던졌다. 2021년까지 15만대 규모의 완성차 공장을 짓고 향후 25만대까지 늘릴 예정이다. 가격(중국), 품질(일본)과의 경쟁을 이겨내야 하지만,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경쟁에서 승리한다면 달콤한 과실을 얻겠지만 실패할 경우 타격은 불가피하다.

지난달 26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울산공장을 방문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대화하는 모습. 현대차는 인도네시아에 연산 25만대 규모의 완성차 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지난달 26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울산공장을 방문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대화하는 모습. 현대차는 인도네시아에 연산 25만대 규모의 완성차 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SUMMARY

· 200만대 과잉생산 현대차그룹, 인도네시아 진출 결정
· 동남아 경기 하락 적신호…차 판매도 급감
· 중국 전기차 싼 값 무기로 동남아 본격 진출 예정
· 모빌리티 시장 성장, 자동차 보급 여력 높아 매력적
· 가격(중국차), 품질(일본차) 경쟁 승리하는 게 관건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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