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가 만든 '삼한사미'… 오늘 전국 '나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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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뿌옇게 보이는 서울 종로구 도심. 9일 오전 9시 종로구의 초미세먼지(PM2.5)농도는 62㎍/㎥로 '나쁨' 수준을 보였다. [뉴스1]

9일 오전 뿌옇게 보이는 서울 종로구 도심. 9일 오전 9시 종로구의 초미세먼지(PM2.5)농도는 62㎍/㎥로 '나쁨' 수준을 보였다. [뉴스1]

월요일인 9일 아침 서울‧경기와 충청, 경상도 지역 주민들은 초미세먼지 ‘나쁨’ 수준으로 치솟은 초미세먼지를 마시며 한 주를 시작했다. 국내 대기가 움직이지 않고 정체한 데다, 국외에서 오는 먼지까지 더해진 탓이다.

수요일까지 전국 대부분 초미세먼지 '나쁨' #9일 밤 약한 비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는 "국외 미세먼지 유입에 국내 대기정체가 더해져 9일 대부분 중부지역과 일부 영남지역의 미세먼지 농도가 높을 것"이라며 "수도권과 강원영서·세종·충북·충남·대구는 '나쁨', 그 밖의 권역은 '보통'이지만 대전·전북·부산·울산·경북 등도 일시적으로 '나쁨'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남서쪽 제외한 대부분 지역 '나쁨' 

9일 오전 10시 기준 전국 초미세먼지(PM2.5) 농도. [자료 한국환경공단 에어코리아]

9일 오전 10시 기준 전국 초미세먼지(PM2.5) 농도. [자료 한국환경공단 에어코리아]

오전 9시 기준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서울 강동구가 ㎥당 76㎍(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 양천구 63㎍/㎥, 종로구 62㎍/㎥, 서초구 59㎍/㎥ 등 서울 전 지역이 '나쁨' 수준을 나타냈다.
경기도는 가평을 제외한 전 지역이 '나쁨' 수준으로, 여주‧이천 72㎍/㎥, 용인 67㎍/㎥, 안성 66㎍/㎥, 포천 60㎍/㎥ 등 전체적으로 고농도를 보였다.

반면 9일 오전 10시 현재 시속 10~20㎞의 강한 바람이 불고 있는 서해‧동해안에 인접한 전라도 대부분 지역과 제주도, 강원영동지역과 경상 동해안 지역은 대기질 ‘좋음’~‘보통’ 상태를 보인다.

온난화가 만든 ‘삼한사미’

우리나라 주변의 일기도. 작은 기압 3개가 서로 힘겨루기를 하면서 중간에 낀 한반도에는 대기정체가 생겼다. [자료 기상청]

우리나라 주변의 일기도. 작은 기압 3개가 서로 힘겨루기를 하면서 중간에 낀 한반도에는 대기정체가 생겼다. [자료 기상청]

이번 대기정체는 ‘온난화’가 만들어냈다.
현재 우리나라 주변에는 작은 저기압 1개, 작은 고기압 2개가 저마다 힘겨루기를 하는 모양새다.

기존에 겨울철 일기도가 ‘차가운 북쪽 고기압’ 일색이던 것에 비해 이도 저도 아닌 ‘난타전’이 된 양상이다.

기상청 윤기한 사무관은 “전반적으로 기단이 미지근해져 따뜻한 공기도, 차가운 공기도 어느 쪽이 완벽한 우세를 보이지 못하고 엇비슷해, 서로간에 바람이 불지 못한다”며 “이럴 땐 탁 트인 바다에서는 바람이 그나마 잘 불지만, 지형지물이 있는 육지에서는 대기정체가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사무관은 “‘삼한사온’에서 ‘4온’이 따뜻한 날씨를 말하는 게 아니라 ‘덜 추운’ 정도를 일컫는 용어였는데, 요즘은 겨울 자체가 따뜻해지면서 ‘4온’때 아예 따뜻한 공기가 확 들어온다”며 “주변 찬 공기까지 미지근하게 만들어버리면서 기압 차가 나지 않아, 바람이 불지 않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9일 오전 한반도 인근 바람 상황. 해상에는 바람이 잘 부는 데 비해 육지에는 바람이 거의 불지 않고 있다. [자료 기상청]

9일 오전 한반도 인근 바람 상황. 해상에는 바람이 잘 부는 데 비해 육지에는 바람이 거의 불지 않고 있다. [자료 기상청]

수요일까지 따뜻하고 미세먼지 '나쁨' 

미세먼지 ‘나쁨’은 수요일인 11일까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10일은 대기정체에 새벽에 추가 유입되는 국외 미세먼지로 인해 인천‧경기북부 지역은 ‘매우나쁨’, 그 외 지역은 ‘나쁨‘수준이 예상되고, 11일도 전국의 대기 질이 ’나쁨‘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텁텁한 공기에 부슬비도 더해진다. 기상청은 “서울‧경기, 강원영서, 충남북부지역에는 오후부터 5㎜ 내외의 비가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다. 양은 적지만 먼지가 섞여 내릴 수 있어 될 수 있으면 맞지 않는 것이 좋다.

오늘 낮 최고기온은 광주‧전주 12도, 부산‧울산 13도, 대구‧대전 11도, 인천 10도, 서울 7도, 춘천 4도 등 전국이 4~13도 분포로 평년 수준을 회복할 전망이다. 기상청 윤기한 사무관은 “중국 상하이 남쪽 고기압의 따뜻한 공기가 우리나라에 많이 도달하면서 11일까지 아침 최저기온과 낮 최고기온 모두 평년을 웃돌아 온화한 날씨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11일까지 흐리고 밤에 약한 비

기압골의 영향으로 9일 오후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 부슬비가 내린 뒤, 10일도 밤부터 다음날 오전 사이 서울‧경기, 강원지역, 11일은 충청‧전북에 오전~낮 사이 5㎜ 내외의 약한 비가 내릴 전망이다. 이후 기압골에서 벗어나 중국 북부지방 고기압 가장자리에 들면서, 12~13일에는 다시 평년보다 약간 낮은 기온이 예상된다. 윤 사무관은 “고기압의 찬 공기가 강하게 내려오지는 않아 ‘한파’는 아니지만 쌀쌀한 날씨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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