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서울~분당 25km 자전거길 달려보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1면

서울과 분당을 잇는 탄천 자전거길이 지난달 26일 개통됐다. 기자가 자전거를 타고 현장을 확인한 결과 길은 고속도로처럼 매끈하게 포장돼 있었지만 화장실.매점 등 쉴 수 있는 공간이 크게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한강 자전거 도로와 통행방향이 약간 달라 연결부분인 잠실지역에서 접촉 사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개선이 필요한 대목이다.

◆"휴게소 없는 고속도로"=탄천 자전거길은 한강시민공원 잠실지구에서 분당 오리역 부근까지 약 25㎞에 달한다. 일반인들은 2시간30분이 넘게 걸리는 거리다. 하지만 짧지 않은 여정에 필요한 시설은 찾기 힘들었다.

우선 구간 내에 화장실이 하나도 없었다. 다리 부근 교각 뒤에서 노상방뇨하는 사람이 자주 눈에 띄었다. 세수를 하기 위해 수도꼭지를 찾았지만 역시 없었다. 매점도 없어 목이 말라도 음료수를 살 곳이 없었다.

일주일에 서너 번 아이와 함께 자전거를 타러 나온다는 오영미(33.강남구 수서동)씨는 "화장실.쓰레기통.수도시설 등이 있다면 더 없이 좋을텐데"라며 아쉬워했다.

햇볕을 피해 잠시 쉬어갈 공간도 부족했다. 다리 아래가 유일한 쉼터이자 그늘이었다. 그나마 서울지역은 다리 밑에 의자와 넓은 광장, 자전거 보관대라도 갖춰 놓았지만 경기지역에는 이마저 없었다. 분당에서는 바닥에 주저앉아 쉬는 사람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또 분당 구미동 종점에는 한강까지의 거리를 나타내는 표지판 하나만 서있을 뿐 아무 알림 표시 없이 도로가 끝나버려 완주의 기쁨을 맛보려는 시민들에게 아쉬움을 주었다.

◆인라인과 사고 위험=최근 자전거길에서 사고가 급증하고 있다. 한강시민공원사업소에 따르면 9월까지 한강 자전거길 접촉 사고는 60건. 지난해 1년간 18건이 발생한 데 비해 올해는 9개월 만에 지난해의 세배를 넘어섰다. 자전거는 물론 인라인 스케이트.킥보드에 조깅하는 시민들까지 가세한 까닭이다.

5년 전부터 매주 2~3회 자전거를 탄다는 이용식(34.강동구 천호동)씨는 "잠실에서 분당까지 가는 동안 대여섯 건 이상 접촉사고를 목격한다"며 "인라인이 자전거와 속도가 다른 데다 지그재그로 달리고 심지어 서로 손을 잡고 길을 막는 경우도 많아 사고위험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탄천 자전거길의 경우 한강과 통행방향이 달라 더 위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강은 자전거.사람.인라인이 모두 우측통행이라 정면충돌의 위험은 없지만 탄천 자전거길에 들어서면 '자전거는 우측, 사람은 좌측 통행'이라는 표시가 곳곳에 있어 달리기를 하거나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는 시민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이에 대해 송파구청 관계자는 "하천지역이라 그늘막.화장실.매점 등의 시설 설치 자체가 불법"이라며 "우선적으로 제방에라도 화장실을 설치할 예정이며 통행방향 문제는 타 자치구와 함께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또 성남시 탄천관리과 남봉림 과장은 "탄천 자전거도로는 계속 진행 중인 사업"이라며 "벤치 등 쉼터와 화장실 예산이 이미 확보된 만큼 현장 조사 후 바로 설치에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경쾌한 자전거길=탄천 자전거길에서는 한강 시민공원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맨홀.배수구 등 장애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바닥에는 5백m마다 거리가 적혀 있어 지루함을 덜어주었다. 갈림길마다 설치된 교통안내 표지판에는 주요 지점까지 남은 거리도 적혀 있었다. 탄천의 유래나 살고 있는 동식물 안내판도 좋은 정보가 됐다.

자전거 길을 애용한다는 김재훈(42)씨는 "이용객들이 안전에 유의하고 몇가지 부족한 점만 개선된다면 정말 좋은 자전거길"이라고 평가했다.

글=민동기, 사진=변선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