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명화의 비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6면

때깔이 좋고 모양새가 그럴듯한 물건이나 풍경을 칭찬할 때 흔히 "한 폭의 그림 같다"는 말을 쓴다. 진짜보다 더 진짜같이 그린 인공미가 역으로 자연미를 치고 드는 격을 추어올리는 표현이다.

얼마나 잘 그렸으면 현실을 뛰어넘는 힘을 지녔을까. 영국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66)는 르네상스로부터 바로크와 고전주의를 거치는 동안 서양미술사가 손꼽는 묘사의 대가들 그림에 물음표를 달았다. 카라바지오.베르메르.앵그르가 그림을 그린 수법에 분명히 무슨 비밀이 숨어 있을 것이라는 동업자로서의 직감이 그를 거장들의 비법을 파헤치도록 부추겼다.

호크니가 내린 결론은 광학 도구의 이용이다. 거울과 렌즈, 카메라 옵스큐라나 카메라 루시다를 썼을 것이라는 그의 가설은 서구 미술계를 들끓게 했다. 거장들이 남긴 걸작을 욕되게 했다는 비판은 거셌으나 호크니의 실증도 만만치 않았다. 그 실제를 보여주는 것이 이 책이다. 명작을 해부하는 호크니의 매서운 눈과 집념은 대단하지만 그 분석만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대화가들의 미감은 다시 한번 미술의 신비를 드높이는 결과를 낳았다.

"광학은 명성을 가져다주지도 않았고 그림을 그려주지도 않았다. 회화와 드로잉은 손으로 그렸다…이 책은 단지 과거 화가들의 비밀 기법을 다루는 게 아니라 우리가 그림과 '현실' 자체를 바라보는 방식을 다룬다."

정재숙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