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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는 가”가짜 털ㆍ페트병으로 만든 외투 등 친환경 소재 떴다

중앙일보

입력

신세계와 노스페이스 협업한 친환경 쇼트 패딩. [사진 신세계 백화점}

신세계와 노스페이스 협업한 친환경 쇼트 패딩. [사진 신세계 백화점}

“진짜보다 잘 나가는 가짜”

패션업계에선 요즘 이 말이 통한다. 개념소비가 일상화되면서 고가의 동물의 털이나 가죽 대신 인조 소재가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진짜를 모방한 각종 ‘포(fauxㆍ인조) 퍼(Fur·모피)’ 제품, 거위나 오리의 깃털이 아닌 인공 충전재, 버려진 솜이불 등을 재활용한 충전재 사용 제품이 날개 돋친 듯 팔린다.

신세계백화점은 27일 친환경 인공 충전재 ‘티볼’을 넣은 기획 쇼트 패딩의 전체 첫 물량(1만장) 중 70%를 소진했다고 발표했다. 티볼은 신세계가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와 함께 개발한 것으로 동물의 털을 뽑지 않은 친환경 패딩을 표방한다. 신세계 관계자는 “9월 14일 판매 시작 이후 두 달 만에 빠르게 팔리면서 전체 아웃도어 신장률(3.4%)을 견인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 5일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 파슨스 매장에서 모델들이 '에코퍼 무스탕'을 소개하고 있다. 천연 모피 대신 인조 소재를 사용했. [사진 롯데백화점]

지난 5일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 파슨스 매장에서 모델들이 '에코퍼 무스탕'을 소개하고 있다. 천연 모피 대신 인조 소재를 사용했. [사진 롯데백화점]

이 제품 구매자의 80% 이상이 10~30대 젊은 소비자다. 지난해 겨울에 판매한 ‘티볼 롱패딩’ 역시 출시 열흘 만에 첫 주문 물량이 소진되었고 후속 물량도 완판됐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지난달 입점한 인조 모피 전문 브랜드 ‘레몬플랫’ 반응도 좋다. 레몬플랫은 2017년 디자이너 ‘초요’가 만든 신생 브랜드이다. 모피 조끼, 재킷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조 소재 액세서리를 선보이고 있다. 인조 모피라지만 만만치 않은 가격(모피 조끼 30만~57만원 등)에도 소비자 반응이 좋다.

인조 가죽과 모피를 사용하는 신생 의류 브랜드 앙크 1.5. [사진 앙크 1.5]

인조 가죽과 모피를 사용하는 신생 의류 브랜드 앙크 1.5. [사진 앙크 1.5]

인조 모피에 대한 문의도 약 30% 늘었다는 설명이다. 신세계는 이에 따라 다음 달 1일부터 본점에도 레몬플랫 임시 매장을 설치할 예정이다. 또 다른 인조모피 브랜드 ‘앙크 1.5’도  이번 달 말부터 본점과 강남점에 들어선다. 신세계백화점 상품본부장 손문국 부사장은 “책임 있는 소비를 지향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성향에 맞춰 ‘가치 있는 가짜’가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기존 아웃도어 브랜드와 명품 업체도 가짜 가죽이나 모피를 사용하거나 개발 중이다.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는 사육 조류가 아닌 자연스럽게 떨어진 깃털을 모은 친환경 다운과 인공 충전재를 활용한다. 동물 학대 행위를 막기 위해 ‘윤리적 다운 인증 (RDS)’을 도입하고, 인조퍼를 100% 적용한 ‘퍼 프리(Fur free)’ 패션을 지향하고 있다. 이 때문에 패딩의 모자 테두리나 소매에 붙는 털 장식도 전부 인조 모피를 쓴다.

노스페이스 에코 플리스. 한 벌을 만드는 데 페트병 약 50개가 필요하다. [사진 노스페이스]

노스페이스 에코 플리스. 한 벌을 만드는 데 페트병 약 50개가 필요하다. [사진 노스페이스]

이 브랜드가 올해 출시한 ‘에코 플리스 컬렉션’의 경우 버려진 모직이나 면이 아닌 버려진 페트병을 가공해 만들어졌다. 올해 유행하고 있는 일명 ‘뽀글이 재킷’,  플리스 1벌을 만드는데 500mL 페트병 50개가 들어간다. 사용된 지퍼 테이프 등 부자재도 모두 재활용 제품이다.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도 동물 학대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이후 2014년부터 모든 다운 제품에 유통 과정이 추적되는 제품만 사용하고 있다.

명품브랜드 구찌의 가짜 모피를 이용한 코트. [사진 구찌 홈페이지]

명품브랜드 구찌의 가짜 모피를 이용한 코트. [사진 구찌 홈페이지]

앞서 올해 초 구찌, 샤넬, 프라다 등 명품 브랜드도 모피 제품 생산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2020년 시즌 패션쇼 무대에서는 인조 모피와 인공 가죽이 무대를 장식했다. 패션 업계 트렌드를 선도하는 럭셔리 브랜드가 일제히 사용 중단을 선언하면 가짜 소재로의 전환은 가속 페달을 밟았다는 분석이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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