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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한국당 '바른미래 사보임 불법' 논리 깰 국회법 찾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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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양석 자유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를 비롯한 의원들과 보좌관들이 지난 4월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 앞에서 여당의 공수처법 등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 제출을 저지하기위해 몸으로 막아서고 있다. [뉴스1]

정양석 자유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를 비롯한 의원들과 보좌관들이 지난 4월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 앞에서 여당의 공수처법 등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 제출을 저지하기위해 몸으로 막아서고 있다. [뉴스1]

선거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부의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26일 자유한국당은 여전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철회가 먼저’라고 주장하고 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이 ‘불법 사보임’으로 인해 통과된 만큼 위법하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해당 내용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은 한국당에서 주장하는 ‘불법 사보임’이 정말 법률 위반 사항인지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회기 중 사보임 불가' 국회법 조사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지난 4월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리는 사개특위회의장 앞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 [뉴스1]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지난 4월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리는 사개특위회의장 앞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 [뉴스1]

국회의장실 등에 따르면 검찰은 최근 ‘국회법 48조 6항’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그 조항의 해석을 묻기 위해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서면을 받고 관련 국회 사무처 직원 등을 참고인 조사했다.

검찰이 들여다보고 있는 국회법 48조 6항은 국회 위원회의 위원을 새로 임명하는 것과 관련한 조항이다. 현재 공표된 법안에는 “위원을 개선(改選)할 때 임시회의 경우에는 회기 중 개선될 수 없고, 정기회의 경우에는 선임 또는 개선 후 30일 이내에는 개선될 수 없다(2003년 2월 4일 신설)”고 돼 있다.

한국당은 이 조항에 근거해 지난 4월 25일 이뤄진 바른미래당의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위원 사보임이 불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립·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대한 바른미래당의 오신환·권은희 의원은 당시 원내대표였던 김관영 의원의 요청으로 사개특위 위원에서 사임됐고, 그 자리를 채이배·임재훈 의원이 채웠다.

한국당은 당시에도 “국회법에 따라 회기 중 위원을 사보임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반발했고, 일부 의원들은 채이배 의원이 사개특위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의원실에 감금하기도 했다.

원문에는 "동일 회기 아니면 사보임 가능"…한국당 주장과 배치

바른미래당 유승민 전 대표(왼쪽 두번째)를 비롯한 의원들이 지난 4월 25일 오전 국회 의사과에서 인편이나 팩스를 이용해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간사인 오신환 의원 사·보임계 접수를 저지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바른미래당 유승민 전 대표(왼쪽 두번째)를 비롯한 의원들이 지난 4월 25일 오전 국회 의사과에서 인편이나 팩스를 이용해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간사인 오신환 의원 사·보임계 접수를 저지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최근 검찰은 국회법 48조 6항의 ‘원문’에서 현재 공표된 내용과 다른 내용을 포착해 조사 중이다. 2003년 1월 당시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에는 “위원회의 위원은 임시회의의 경우 동일 회기 중에, 정기회의 경우 선임 또는 개선 후 30일 이내에는 개선될 수 없다”고 돼 있다.

원문은 현재 공표된 법안과 달리 임시회의 경우 ‘동일’ 회기 중에만 위원 사보임이 불가능하다고 돼 있다. ‘동일’이라는 단어는 당시 국회사무처 의안과가 법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뺀 것으로 알려졌다.

오신환·권은희 의원이 사개특위 위원으로 선임된 것은 지난해 10월 정기회였고, 사임된 것은 지난 4월 임시회였다. 원문대로라면 ‘동일’ 회기가 아닌 만큼 사보임이 가능해진다. 한국당의 ‘불법 사보임’ 논리가 깨지는 셈이다. 더 나아가 불법 패스트트랙 지정을 저지하기 위해 채 의원을 감금하고 국회 사무처를 점거했다는 주장도 정당성을 잃게 된다.

이와 관련해 최근 문희상 국회의장은 검찰에 서면을 통해 “국회법이 개정된 2003년 이후 임시회 회기 중에 위원의 개선은 지속해서 이뤄져 왔다”며 “임시회 회기 중 위원을 개선할 수 없다고 해석할 경우, 폐회 기간 없이 임시회가 연중 계속되면 해당 기간 사보임은 불가능해진다”고 밝혔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지난 4월 24일 오전 여야 4당의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 문제로 국회의장실을 항의 방문한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설전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문희상 국회의장이 지난 4월 24일 오전 여야 4당의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 문제로 국회의장실을 항의 방문한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설전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헌재에 위원 사보임 '권한쟁의' 청구…헌재·검찰 법안 해석에 주목 

오신환 의원과 한국당 의원들은 지난 4월 말 헌법재판소에 오 의원의 사보임 허가행위에 대한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다. 공표된 법안에 따라 불법이라는 취지다.

헌재는 앞서 “국회에서 의결된 법률안의 실질적 내용 변경을 초래하는 것이 아닌 한 헌법이나 국회법상 입법 절차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지만 “법안을 해석할 때는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된 법안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검찰과 헌재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원안과 현재 공표된 법안 가운데 어떤 쪽에 무게를 싣고 수사 및 판단을 이어갈지 주목된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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