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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복「피터판」회장부부가 주범|덜미잡힌 히로뽕 밀조 조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검찰에 적발된 이번 히로뽕 밀조·밀매조직은 히로뽕 범죄사상 최대규모인데다 그 총책이 유명회사의 회장부부였다는 점에서 커다란 충격을 주고 있다.
더구나 이들은 서울서초동 고급주택가에 히로뽕 제조공장을 버젓이 차려놓고 히로뽕을 밀조, 국내는 물론 일본·미국 등지에 밀반출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종전에는 야산·저수지 주변 등지에서 밀조돼왔던 히로뽕이 이처럼 도심 주택가에까지 침투한 것은「죽음의 백색가루」가 바로 우리주변에 와있음을 반증해준 것이어서 마약사법에 대한 경각심이 요구되고 있다.
이번 사건의 특징과 수법, 밀조 범들의 주변을 알아본다.
◇기업체까지 운영=피터판 김정숙회장부부가 제조한 히로뽕은「히로뽕의 대부」로 불려온 이황순씨가 76년부터 79년까지 밀조·밀매했던 1백40㎏보다 무려 80㎏이나 많은 분량.
이 정도의 양은 7백30만 명에게 히로뽕을 한 대씩(1대 분은 0·03g)맞힐 수 있으며 가격으로는 1천5백억원 정도라는 게 검찰의 설명.
검찰은 김회장의 남편 윤재성씨가 사망해 정확한 밀조량은 확인할 수 없지만 각종 정황 등을 종합하면 이들이 2천㎏정도는 만들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들이 고급주택가에서 히로뽕을 대규모로 제조한 점도 지금까지 검찰에 적발된 밀매조직과는 다른 점이다.
종전의 경우 히로뽕 제조 때 발생하는 특유의 냄새(식초냄새와 비슷) 때문에 야산· 저수지주변의 외딴섬·비닐하우스 등에서 밀조해왔던 것.
이들은 냄새 등으로 인한 노출을 방지하기 위해 흐린 날을 피하며 주로 인근주민들이 집에 없는 낮 시간에 작업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또 김회장 등 밀조 범부터 최하 부조 직인 밀매사범까지 간첩조직을 방불케 할 정도로 철저히 점 조직화돼 있어 하부조직원은 바로 윗사람만을 상대하게 되고 이 경우에도 윗사람의 연락처·인적사항을 알지 못한 채 윗사람이 연락할 때만 서로 접촉하는 수법으로 수사망을 피해왔다는 것.
김회장의 남편 윤씨는 자신의 호적상 이름을「인수」로 바꾸어 히로뽕 관련 전과자인 자신의 신분을 위장했으며 중간판매책 김성두씨(49·입원치료 중)는 부산시대신동 자신의 아파트에 옆집으로 통하는 비밀통로까지 만들어 놓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폭력조직과 연계=국내판매책 김씨는 선박청소와 경비업무를 담당하는 광명산업주식회사의 대표이사로 행세해왔으나 실질적으론 부산 폭력조직인「20세기 파」의 보스.
◇히로뽕의 기술자들=피터 판 김회강은 75년 남편 윤씨가 만든 히로뽕 5백g을 보관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으나 윤씨가 달아난 덕분에 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기도 했다.
남편 윤씨는 75년 히로뽕 제조혐의로 검거된 뒤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달아났으며 이때부터 이름을 바꾸어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해왔다.
윤씨는 국내에서 가장 양질의 히로뽕을 만드는 기술자로 75년부터 원료공급 책인 이송씨 (사망)와 함께 10여년간 히로뽕을 밀조, 거액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윤씨가 히로뽕을 밀조해 번 돈으로 79년 서울삼성동 소재 5층 규모의 여관과 경기도이천에 6억원짜리 농장을 매입했으며 86년 서울논현동 1천2백평의 부지에 5층 짜리 빌딩을 지어 당시 인수한 피터 판의 사옥으로 활용했다고 밝혔다.
윤씨의 여관·농장은 각각 88년12월과 지난4월 매각됐는데 검찰은 윤씨가 간암으로 죽기 전 재산정리를 한 것으로 보고있다.
김회장은 간경변으로 활동력이 약한 윤씨를 도와 히로뽕 제조자금 등을 관리해도다 지난4월 남편이 숨진 뒤 회사를 경영하면서 남편이 만들어 둔 히로뽕을 밀매조직을 통해 국내외에 파는 두 얼굴의 여자였다.
또 히로뽕을 보관·운반한 혐의로 함께 구속된 피터 판 경리과장 김재식씨(31)는 김회장의 막내 동생으로 검찰은 김회장이 김씨를 통해 밀매대금과 회사공금 등을 적절히 이용한 것으로 보고있다.
◇주피터 판 회사=연간 외형거래액이 50억원 규모로 전국26개 매점과 홍콩지사를 갖고있는 아동복 전문생산업체. 70년 미림 통상으로 출발한 것을 김회장의 남편 윤씨가 80년1월 인수했다. 종업원은 1백20명 정도.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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