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 北유엔대사 "한반도 긴장···미국 도발과 한국 이중성 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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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 [연합뉴스]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 [연합뉴스]

북한이 11일(현지시간) 유엔에서 미국과 한국을 동시에 비난했다. 지난 3주 새 북한이 미국을 향해 내놓은 다섯 번째 메시지다.

북, 3주 새 5차례 대미 메시지 #연말 시한 다가오면서 잦아져

북·미 대화가 정체된 가운데 북한이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의 시한으로 설정한 연말이 다가오면서 북한의 대미 메시지 횟수가 잦아졌다.

AP통신은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가 미국의 정치적 군사적으로 도발 때문에 관계 진전이 없으며, 한국 정부를 향해서는 "이중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비난했다고 보도했다.

김 대사는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국제원자력기구(IAEA) 관련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미 협상 교착 원인을 미국 탓으로 돌리며 북·미 싱가포르 공동성명 이행을 미국에 촉구했다.

김 대사는 북미 관계가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 이후 진전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반도 정세는 긴장 악화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면서 "이는 전적으로 미국이 저지른 정치적, 군사적 도발에 기인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사는 이어 싱가포르 북·미 공동성명을 이행하는 것이 평화와 안정을 공고히 하는 열쇠(key)라고 강조했다.

북·미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명시된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대북 제재 완화 등에서 미국의 조치를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비핵화 관련 언급은 없었다. 다만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선의로 적극적인 노력을 해왔다"면서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자제했다고 주장했다.

김 대사는 남북관계가 멈춰선 데 대해 한국을 비난했다. 그는 "주요 단계 (합의)가 이행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정체 상태"라면서 "평화 이니셔티브를 제안한 것처럼 보이지만 군사 준비태세를 강화하고 있는 남한 당국의 이중적 행동에서 기인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코르넬 페루타 IAEA 사무총장 대행은 북한 핵 활동이 여전히 심각한 데 우려를 표했다. 페루타 대행은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명백하게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북한이 유엔 의무를 준수하고 IAEA와 즉각 협력할 것을 촉구했다.

IAEA 사찰 요원들이 북한에서 추방된 지 10년이 넘었으며, IAEA는 인공위성 촬영 이미지 등을 통해 북한 핵 프로그램에 대해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지난달 24일 김계관 외무성 고문이 담화를 낸 것을 시작으로, 27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지난 6일 권정근 외무성 순회대사까지 대미 담화를 냈다.

지난 8일에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모스크바 비확산회의-2019'에 참석한 조철수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이 미국을 향해 "기회의 창은 매일 닫히고 있다"고 말했다.

조 국장은 "북한은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이젠 미국 측 응답이 있어야 한다"면서 체제안전 보장, 제재 완화 등과 관련해 북한의 요구 사항을 미국이 수용하라고 압박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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