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TV 올림픽 1돌 특집"홍수-겹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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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서울올림픽 1주년을 맞아 TV에서는 2주전부터 낮 방송 시간까지 특별허가를 받아 그날의 영광을 재연하는 필름 되돌리기에 몰두하고 있는 인상이다.
우리 나라에서 올림픽을 개최하고, 세계 4의라는 괄목할만한 개가를 올렸던 것은 분명 영광된 추억이다. 그리고 1주년을 기념해 그 추억을 되새겨봄직도 하다.
또 당시의 명승부를 다시 보고 싶어하는 시청자들을 위해 주요경기의 하이라이트를 재방송하는 것 역시 필요하다.
그러나 양TV의 특집물들은 유사한 프로그램을 통해 똑같은 경기장면을 반복해 보여 주거나 시청자들의 관심과 무관한 특집물을 방송해「1년 전의 영광만을 생각하라」고 강요하는 듯한 느낌이다.
KBS-1 TV가 22일 밤7시40분부터 50분간 내보낸「서울올림픽과 사마란치」는 편성의도를 알 수 없는 대표적 예.
서울 올림픽 1주년 기념특집으로 사마란치 개인의 활동을 담은 비디오를 전국의 시청자들이 봐야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국립영화제작소가 만든 서울 올림픽 공식기록영화『서울 1988년』은 KBS-1TV에서 주말 황금시간대 인 23일 밤 6 시 20분부터 9시까지 방송됐음에도 불구하고 다음날인 일요일 아침 9시40분부터 MBC-TV에서 다시 방송됐다. 2시간이 넘는 기록영화를 주말 황금시간대만 골라 양TV에서 방송한 것은 매우 이색적인 일이었다.
16일 KBS-1TV의『가요경창대회』에서 『손에 손잡고』를 지정곡으로 선정, 매 출연자마다 한번씩 불러 90분 동안 같은 노래를 반복해 듣게 한 것도 지나쳤다. 그날의 승리와 영광을 되돌아보는 것만이 1주년에 할 일은 아니다.
오히려 올림픽이 가져온 변화를 되새겨보고 올림픽에 무관심한 최근 사회분위기의 의미를 진단해 보는 것이 더 필요하지 않았을까.
그런 의미에서 KBS-l TV가 20일 방송한『한강, 그후』는 훌륭한 기획이었으나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것을 다루느라 내용이 난삽해져 아쉬웠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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