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본사 서울 이전설에 "세금 600억 구멍나는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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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건설노조의 포스코 본사 불법점거 농성을 계기로 포스코 본사의 '서울 이전설'이 솔솔 나오고 있다. 이번 본사 점거 농성으로 포스코는 철강 생산원가를 낮출 수 있는 첨단설비 완공이 지연되는 등 1200억원이 넘는 피해를 보았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현재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자금.마케팅 등 기능을 담당하고, 법인등기부상의 본사 소재지는 포항에 두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포스코 내부에서도 "업무 효율로만 따지면 진작 본사를 서울로 옮겨야 했다"는 말도 나올 정도다. 서울로의 본사 이전은 포스코의 대주주가 정부일 때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포스코 주식의 60% 이상을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는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포항시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포항시의 한 고위 간부는 "이번 점거 농성으로 소비가 줄어드는 것도 타격이지만 기업들이 투자를 꺼릴 수 있다는 것이 더 큰 걱정"이라며 "포스코의 외국인 주주들이 본사를 서울로 이전하라고 요구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포스코가 포항 경제에서 차지하는 역할은 절대적이다. 포스코가 포항시에 내는 지방세는 연간 600억원으로 전체 지방세수 2700억원의 22%를 차지한다. 관계사와 협력업체 등을 모두 합하면 지방세수의 60%를 넘는다.

포항상공회의소 김석향 조사팀장은 "포스코는 지역경제를 고려해 작은 규모의 건설공사는 지역건설업체에 발주해 왔다"며 "만일 포스코가 본사를 서울로 이전해 전국적인 전자입찰제도를 실시하면 지역 건설업체는 큰 타격을 받고 지역 노조원은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포항시는 또 이번 점거 농성으로 다른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25일 포항철강산업단지관리공단에선 포항 제4지방산업단지 임대전용단지 투자설명회가 열린다. 5만4000평 규모의 임대전용단지는 중국 공단과 경쟁할 수 있도록 연간 평당 임대료가 4823원 수준이다. 포항철강산업단지공단 윤영대 관리팀장은 "다른 조건이 아무리 좋아도 강성 노조가 불법파업을 하면 기업이 투자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다"며 "점거 농성이 투자설명회 전에 끝나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포항=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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