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3당 "의원 정수 10%확대" 주장에 답 안 하는 민주당,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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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 국회의장이 29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 등 검찰개혁안의 국회 본회의 부의 일정을 12월3일로 정함에 따라 정치권의 관심은 선거법 협상에 집중되고 있다. 11월27일 자동 부의되는 선거법 개정안과 예산안·공수처법 처리 문제가 시간적으로 맞물리게 되면서 여야 간 패키지 딜 성사 여부가 ‘밥그릇 문제’인 선거법 협상의 성패에 달린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 [연합뉴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연합뉴스]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 변선구 기자

지난 4월 더불어민주당과 선거법 개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합의했던 정당들이 일제히 “의원 정수 확대”를 위한 수정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공은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에게로 넘어온 상태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지난 27일 “(의원 정수는) 현행 300석의 10% 범위에서 확대하는 합의가 이뤄진다면 가장 바람직한 방안”이라며 자신이 대표 발의한 선거법 개정안의 수정을 요구했다. 그러자 이튿날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대안신당(가칭) 박지원 의원도 찬성 의사를 밝혔다.

당내에서도 " “(국회의원들 끼리는)지금 현실적으로 의원 정수 확대가 필요한 부분이 많다고 공감하고 있다”(백혜련 의원) 등 여지를 남기는 발언들이 나오고 있지만 이 원내대표는 아직 카드를 꺼내들지 않고 있다. 지난 28일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도 “(선거법 패스트트랙 지정 이후) 여섯 달이 지난 지금까지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못했다. 한국당의 한결같은 외면과 어깃장 때문”이라고 교섭을 촉구했을 뿐 구체적인 제안을 내놓지는 않았다. 29일 원내대표단-상임위간사단 연석회의에서도 이 원내대표는 선거법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이 원내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들에게서도 “의원들에게도 협상 전략을 상세히 말하지 않아 답답하다”(수도권 지역구 의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인영 더불어빈주당 원내대표(왼쪽 둘째)는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상임위 간사단회의에서도 선거법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왼쪽부터 이원욱 원내수석 부대표, 이 원내대표, 조정식 정책위 의장, 윤관석 의원. 변선구 기자

이인영 더불어빈주당 원내대표(왼쪽 둘째)는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상임위 간사단회의에서도 선거법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왼쪽부터 이원욱 원내수석 부대표, 이 원내대표, 조정식 정책위 의장, 윤관석 의원. 변선구 기자

의원정수 확대는 패스트트랙 안건인 선거법 처리 시 불가피한 지역구 통·폐합(현 253석에서 225석으로 28석 감소)으로 인한 당내 분란을 예방하는 길일 수 있다. 협상 과정에서 비례대표 의석(패스트트랜 안건엔 75석)이 줄어들 가능성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야3당(바른미래당·대안신당·정의당)을 달래 공수처법 등 처리에 찬성하도록 유도하기 쉬운 안이기도 하다. 당내에서 “결국 못이기는 척 의원 정수 확대에 합의하게 될 것”(익명 원한 초선 의원)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집권 여당 입장에서 국민 여론과 맞서는 선택을 하는 건 큰 부담이다. 지난 5월21일~23일 한국갤럽이 전국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의원정수 확대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이 7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 출연한 우원식 의원은 "고민해볼 수 있는 것이긴 하다"면서도 "(20대 국회가) 정당 사이에 너무 갈등이 심하고 너무 많이 싸운 국회 최악의 국회인데 국민들이 국회의원 수를 늘리는 것에 대해서 얼마나 동의할 수 있을지 좀 자시인 없다"고 말했다. 야당과의 협상을 맡고 있는 김종민 의원(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민주당 간사)은 “정수확대 주장은 야당들의 정치적 압박일 뿐”이라며 “민주당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이 선거법 개정에 전면 반대하는 입장을 굽히지 않는 것도 선거법 협상의 핵심인 비례대표와 지역구 의석수 배분 방법을 둘러싼 논의가 수면 위로 올라오기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도 “뱃지 욕심, 의석수 욕심이라는  속내와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탐욕 정치세력간의 야합일 뿐”이라며 패스트트랙 합의 원천 무효화를 주장했다.

민주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선거제는 게임의 룰이니만큼 한국당도 합의하거나 최소한 강하게 반발하지 못할 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이 원내대표의 생각”이라며 “아직은 구체적인 안을 내놓기에는 이른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바른미래당·정의당·대안신당 등과의 물밑 접촉을 통해 공통분모를 형성한 뒤에야 한국당과 본격적 협상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장혁·하준호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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