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양승태 재판부 “9시 넘는 야간재판 줄일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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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사법농단' 혐의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공판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사법농단' 혐의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공판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사건을 맡은 재판부가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측이 야간재판으로 인한 부담감을 호소하자 야간재판을 지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박남천)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재판에서 “밤 9시가 넘어가는 심야재판을 해야하는 상황이 되면 그날 일정을 수정해 재판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증인신문이 길어져 밤 9시를 넘길 경우 재판을 종료하고 두 차례에 나눠 하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결정은 양 전 대법원장과 박·고 전 대법관이 공동으로 제출한 의견서를 받아들인 결과다.

지난 10월 16일 36차 공판기일은 오후 10시 20분께, 10월 18일 37차 공판기일은 11시 25분께 재판이 종료된 바 있다. 이날 재판 역시 저녁식사 시간을 건너뛴 채 진행해 8시께 마쳤다.

고 전 대법관 측 변호인은 “이전의 공판기일에서도 일과시간 중에 종료된 적이 거의 없으며, 대부분 늦은 시간까지 진행되고 있다”며 “검찰의 주신문과 달리 변호인의 반대신문이 대부분 야간 시간대에 행사돼 실질적인 방어권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이 고령인 점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늦은 밤까지 집중력과 변별력을 발휘해야해 피로도가 극도로 올라가고 있다”며 “재판부도 신체적, 정신적으로 맑은 상태에서 진행해야 진실을 발견하는 데 용이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인권보호수사규칙’을 참고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는 자정 전에 조사를 마치고 심야조사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며, 총 조사 시간은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는 것이 골자다.

재판부는 “지금까지 신속한 재판이나 증인의 형평성, 사정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한 기일에 마무리하려고 했으나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늦은 밤까지 재판을 진행하게 되면 검사, 피고인, 속기사들까지 다 무리가 있을 것으로 보이며 재판부도 집중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9시를 기준으로 심야재판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예상된다고 하면, 다음 기일에 신문을 이어가는 등 일정을 수정하도록 하겠다”며 “9시까지만 재판을 한다고 해도 저녁 식사를 한 후에 계속하는 방향으로 생각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음 열리는 기일부터 이를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 공판기일은 오는 30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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