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정권교체보다 행태 변화 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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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힐(얼굴) 미국 국무부 차관보는 20일(현지시간) 미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미국은 북한의 정권 교체(regime change)가 아닌 북한 정권의 행태 변화(a change in this regime's behavior)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힐 차관보는 "지금은 북한을 더 압박해야 할 때"라며 "한국.중국.일본 등과 함께 북한을 경제적으로 압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은 (대량살상무기를 수송하는 북한 선박.항공기를 차단하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활동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청문회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미국은 다음주(27~28) 말레이시아에서 열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북한이 참석할 경우 그들에게 비공식 6자회담을 열자는 입장을 전달하되 만일 이것이 거부되면 북한을 뺀 5자회담을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리처드 루거 외교위원장:북한 정권의 교체가 대북 정책의 목표인가.

-힐 차관보:북한 체제는 북한 주민이 결정하는 것이다. 미국이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다만 북한이 좀 더 온화하고 우호적인 체제였다면 우리가 협상하기가 더 쉬웠을 것이다.

-루거 위원장:중국이 대북 압박을 더 강화하고, 북한에도 (유인책을 포함한) 협상 패키지(포괄적 협상안)를 제공해야 하는 것 아니냐.

-힐:지난해 (4차 6자회담에서 발표된) 9.19 공동성명이 바로 그 패키지다. 북한이 그 패키지를 이행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중국이 열쇠를 쥐고 있다. 중국은 고위 대표단을 평양에 보냈으며 김정일을 만나기 위해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중국은 북한에 '미사일을 쏘지 말라'고 단 한 가지 간단한 부탁을 했는데 북한이 무시했다. 나는 중국이 대북 관계를 재검토하고 있다고 본다.

-찰스 헤이글 의원:미국이 뭘 해야 하느냐.

-힐:북한이 유엔 결의에 응하지 않으면 우리는 우방과 추가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경제적 조치다. 중국과 외교 경로를 통해 협력하는 게 중요하다.

-헤이글 의원:한국은 어떠냐.

-힐:한국은 비료 등 대북 인도적 물품 제공을 중단했다. 한국에서 햇볕정책을 계속 유지해야 하느냐, (대북 지원에) 상응하는 대가를 더 요구하는 보다 엄격한 상호주의(more quid pro quos)를 취해야 하느냐 등 대북 정책을 놓고 활발한 토론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바람직한 건 한국인이 공통의 분석에 기초해 스스로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다. 우리가 한국에 무언가를 주문하는 것은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한.미 관계를 해칠 수도 있다. 한국도 북한을 조이는(tighten up) 추세다.

-러셀 파인골드 의원:북한이 넘어서는 안 될 금지선(red line)이 있느냐.

-힐:물론이다. 북한이 핵 실험을 한다면 미국과 우방은 엄격하게 대처할 것이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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