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주 사장 간첩사건 연루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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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한나라당 이원창(李元昌)의원은 2일 국회 문광위의 한국방송공사(KBS) 국감에서 "정연주(鄭淵珠) KBS 사장은 '남한 조선노동당 간첩단 사건'의 핵심 인물인 황인욱씨와 같은 노선을 걸어온 사람"이라며 鄭사장의 간첩단 사건 연루 의혹을 제기했다.

李의원은 "黃씨가 복역 중이던 1993년 5월 민족해방전선 조직책 고한석씨를 통해 비밀 지령문을 담은 캡슐을 밀반출하려다 발각됐는데, 그 안에 간첩활동을 같이 한 사람이라며 적어 놓았던 7~8명 중 한명이 바로 鄭사장"이라며 "이 같은 내용을 당시 鄭사장을 내사했던 공안부 검사와 사건을 보도했던 담당 기자에게서 직접 들었다"고 주장하고 "鄭사장은 국민 앞에 사과하고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鄭사장은 "사건 발생 때 한겨레신문 특파원으로 미국에 있었으며, 그해 6월 업무 협의차 잠시 귀국했을 때 신문사의 한 간부가 귀띔해줘 내용을 처음 알았다"고 연루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黃씨와는 93년께 한번 만난 게 전부"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당시 서울지검 공안1부장으로 이 사건을 수사했던 조준웅(趙俊雄)변호사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나중에 鄭사장 이름이 들어 있었다는 얘기는 들은 것 같다"며 "하지만 '누구 누구를 찾아가 보라'는 정도의 메모만으로는 범죄 혐의를 파악하기 어려워 국가정보원에 이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파문이 확산되자 황인욱씨는 이날 오후 KBS 측에 전화를 걸어 "쪽지의 내용은 당시 얼마만큼의 조작이 있었는지를 교도소에 함께 수감돼 있던 사람들에게 해명하는 것이었다"며 "李의원이 사실을 왜곡해 鄭사장 흠집 내기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신홍.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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