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시민의 힘이 포스코 불법 점거 해결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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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국가 기간산업인 포스코의 본사를 9일 동안 불법 점거했던 포항지역 건설노조원들이 자진 해산했다. 이로 인해 포스코와 지역경제는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봤다. 국가 신인도 역시 큰 타격을 입었다.

노조원들이 자진 해산한 이유는 포스코의 단전.단수 조치 등으로 조합원들이 지쳤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무엇보다 포항 시민들의 힘이 컸다. 포항 시민 1만여 명은 며칠 전 '포항 경제 살리기 범시민 궐기대회'를 열고 노조원들에게 해산하라고 요구했다. 건설노조원들은 이에 대해 상당한 심리적 압박을 받았다고 한다.

시민들이 노조의 불법 폭력 행동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지만, 오죽했으면 이렇게 나섰겠는가. 공권력이 '파업 중'이라고 할 정도로 너무나 무기력하기 때문이었다. 지난해 말 농민시위 과정에서 숨진 농민에 대한 책임을 물어 경찰청장이 경질된 뒤 경찰은 각종 시위에 무기력하게 대응하고 있다. 이번 포스코 사태를 봐도 사전 정보 능력이 부족했고, 초기 진압 과정에서도 사실상 시늉에 그쳤다면 지나친가. 불법 농성 닷새 뒤에야 '자진 해산하면 교섭을 주선하겠다'는 해괴한 담화문만 발표하는 것이 우리 정부다. 이러니 '나사 풀린 대한민국'이란 말까지 나온다.

정부가 노조의 불법 행동에 질질 끌려가고 협상.선처가 반복되니 집단 이기주의적인 시위.파업이 확산되고 갈수록 과격해지는 것이다. 심지어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지역상공 업계가 현대자동차 노조의 파업 중단을 요구하자 "지역에서 소비하지 말자"는 해괴한 '소비 파업'에 나섰다가 지역의 반발로 대부분 철회했다고 한다. 지역경제는 죽어가는데 노조는 오히려 안하무인 격이니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하는 것이다.

시민들은 불법 파업의 노조에도 지쳤지만 이에 대해 손 놓고 있는 정부에 대해 더욱 분노하고 있다. 시민의 권익을 국가가 보호해 주지 못하니 스스로 지킬 수밖에 없다는 지경에 이르렀다. 불법 행동은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되는 법치가 언제 이뤄질 것인가.